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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실직 30대, 미성년 자녀 4명 참극…위기신호에도 못막았다

입력 2026-03-19 14:58   수정 2026-03-19 15:08

예비소집 안 오고 무단결석…포착된 위험신호에도 비극 못 막아

울산의 한 빌라에서 초등생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건 발생전 숨진 초등생 딸의 담임교사가 두차례나 경찰에 신고하며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지
만 끝내 비극을 막지못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18일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8분께 울주군 한 빌라 방 안에서 30대 남성 A씨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현장 안방에선 번개탄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이가 등교하지 않고 보호자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가족 모두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사인 등을 토대로, A씨가 홀로 4남매를 양육하며 겪은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에는 배우자에게 남긴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못난 사람 만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아이 넷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용직으로 주로 일을 하다가 최근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숨진 자녀 중 3명은 미취학 연령, 나머지 1명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생 B양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학교 측의 신고가 아니었다면 장기간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에 따르면 첫 신고는 지난 1월 5일이었다. B양의 담임교사가 "아이가 가입학식(예비소집)에 오지 않고 보호자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이 주거지를 방문했으나 학대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

연락 두절은 학교 측의 연락처 입력 오류로 결론 났다.

두 번째 신고는 지난 6일이었다. 담임교사가 다시 "아이가 나흘째 무단결석 중이고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고 알린 것이다.

경찰과 울주군청 학대 전담 공무원이 함께 현장을 확인했지만, 아이들의 몸에 외상 등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양육의 어려움과 생활고를 호소하자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위기가구로 발굴했지만 본인 신청 없어 한부모·수급자 지원 못 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취학 아동이 포함된 양육 취약 가정의 경우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가족 5명은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에 포착돼 복지 공무원이 문 앞까지 찾아갔던 관리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00여만원의 건강보험료조차 내지 못하던 극한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보루'였던 기초생활수급 신청은 가장의 거부로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울주군에 따르면 당시 생활고로 직접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던 A씨는 이후 12월까지 긴급 생계·주거지원비 806만원과 각종 생필품, 식료품 등을 지원받으며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A씨는 5개월 영아를 포함해 네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처지가 됐고,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이같은 참극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수급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며 "물품 지원은 받아들이면서도 정작 근본적 해결책인 수급 신청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지자체가 설득 작업을 벌이던 중 비극이 발생한 만큼, 명확한 위기 사유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 신청 없이도 공공기관이 즉각 개입해 지원 체계를 가동하는 법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자는 "제도를 몰라서 못 받은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신청 의사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한 법적 한계가 있었다"며 "명확한 위기 상황에서는 신청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지원을 연계해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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