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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서 무죄받은 이재용 회장, 손해배상 소송은 어떨까 [CEO와 법정]

입력 2026-03-19 17:03   수정 2026-03-19 17:09



2015년 9월. 제일모직이 1대 0.35 비율로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했다. 이후 삼성그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각종 ‘법률 리스크’에 휩싸였다. 이 회장(합병 당시엔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부당하게 두 회사를 합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작년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그러나 합병이 이뤄진지 10년 넘게 흐른 지금도 민사 소송은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법인,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첫 변론이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정용신) 심리로 열렸다. 2024년 9월 사건이 접수된 지 1년6개월 만이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은게 맞는지 여부 등을 두고 원고와 피고 측이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는 이날 원고인 국민연금의 ‘중첩적 지위’에 대해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장판사는 “국민연금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 지위에서 소송을 하고 있는데, 피해자와 가해자 지위를 중첩적으로 가진 성격이 있다”며 “얼마 전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선 피고 측 보조참가인으로 참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피해자 지위에서 논리 구성을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였다. 삼성물산에 불리한 방향으로 합병이 이뤄져, 피해를 입었다는 게 이번 사건에서 국민연금 측 주장이다. 그런데 당시 합병비율(1대 0.35)에 찬성한 것도 국민연금이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부분이 있고, 정부가 부당개입해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했다는 두가지 차원이 있다”며 “그런데 원고 소장은 대부분 합병에 할애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 변호인은 “피고들은 제일모직 주식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산정되게 해, 이 회장 포함 총수 지분율을 높이고 원고(국민연금)의 존속회사 지분을 낮추고자 여러 위법행위를 했다”며 “원고의 내부자들인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이런 행위를 방조했고, 이것에 영향을 미친 게 삼성 관계자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은 형사판결에서 위법 사실이 없다는 게 입증됐다고 하지만, 형사판결 결과만 볼 수 없고 각종 증거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측은 이미 여러 재판을 통해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피고 변호인은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원과 가장 밀접한 사건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형사사건과 합병무효 등 민사사건”이라며 “(이들 재판에서) 손해배상 근거가 되는 주장들을 다 배척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병이 이뤄진지 11년 지났다”며 “(원고의 주장은) 수년에 걸친 수사와 형사재판 등을 다 무위로 돌리고, 처음부터 다시 반복하자는 주장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은 오는 6월4일에 열기로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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