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심장부, 광화문광장 일대에 팽팽한 전운(戰運)이 감돌고 있다. 평소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던 잔디광장은 거대한 철제 펜스로 가로막혔고, 경찰들이 보행로 곳곳에 배치돼 긴박함을 더하고 있다.오는 21일 오후 8시, 대한민국의 '빅 이벤트'라 불러도 될만한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 컴백 라이브를 단 이틀 앞두고 '왕의 길'은 유례없는 모습이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인 약 26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전례 없는 수준의 '거미줄 안전망'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추락 사고 예방을 위해 주변 빌딩의 옥상 출입도 엄격히 제한된다. 일부 건물 벽면에는 '광화문 인근 건축물 안전관리 협조 요청' 공문이 붙어 긴장감을 더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직원은 "토요일 오후 4시부터 건물 자체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개방된 도심 공간에서 열리는 다중 운집 행사의 위험성을 고려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안전 관리가 이뤄지는 한편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광화문광장 중앙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여러 개 설치됐다. 광화문광장 인근 건물의 화장실도 상당수 개방된다. 공연 당일 현장 진료소도 세 곳에서 운영된다. 진료소는 세종대왕 동상 옆,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옆, 이순신 동상 근처에 자리한다.

19일 광화문에서 만난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서대문구 주민 최영숙(48) 씨는 "산책로가 막혀 오가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니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이런 안전 관리에도 공연 당일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무섭다. 이전에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나지 않았느냐"며 "그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니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업무차 광화문에 방문했다는 한상민(45)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전 관리뿐만 아니라 시민 의식도 중요하다"며 "공연 당일 사람들이 통제에 잘 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공연이 또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사전 통제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시청역 인근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윤혜원(26) 씨는 "시청역까지 안전 펜스로 다 막아놓은 상태"라며 "좋은 취지인 건 알지만, 통행하는 데 불편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지금은 그나마 괜찮은데, 공연 당일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윤 씨는 "스케줄 근무라 공연 당일인 토요일에도 출근한다. 업무가 오후 3시에 끝나는데, 공연 입장 시작 시간이 오후 3시"라며 "공연이 다 끝날 때까지 회사 건물에서 대기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 당일에는 회사 건물에 들어갈 때 신원 확인도 철저히 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광화문역 앞에서 만난 조모(55) 씨도 "종로구 구민 입장에서는 공연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공연 당일에 외출을 삼갈 거냐는 질문에 그는 "외출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며 "일을 쉬는 주말에 장도 보고 해야 하는데 짜증이 난다. 굳이 광화문광장에서 공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잠실 돔구장 같은 곳에서 공연을 열면 안 되냐"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네티즌들은 "두 번 컴백하면 나라 전체가 올스탑 할 것 같다", "계엄 때도 택배는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택배사로부터 받은 배송 지연 문자를 인증하기도 했다. 실제로 교보문고는 종로구 일대(광화문광장 주변) 택배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난 18일 공지했다.
택배 배송이 지연되는 이유는 광화문광장 인근 도로가 통제되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버스 이용도 제한된다. 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역 등이 무정차 대상이다. 서울 시내 17개 지하철역 역사의 물품 보관함도 폐쇄된다. 또한 세종대로·사직로·새문안로를 경유하는 노선버스는 우회 대상이다.
경찰은 시·도청 단위의 기동대뿐 아니라 일선 경찰서 인력까지 차출해 약 7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치안 유지 인력을 구성했다. 기동대 72개 부대(6759명)와 형사 35개팀(162명) 등이 동원된다. 특히 전체 관객의 대다수가 여성인 점을 고려해 수색과 인파 관리를 전담할 여경 인력을 핵심적으로 배치했다.소방청 역시 최고 수준의 지원책을 가동한다. '특별경계근무 제2호'를 발령해 소방관서장 정위치 근무 및 기동순찰을 강화하고, 구조대원 등 인력 800여 명과 장비 100여 대를 현장에 투입한다. 국가소방동원령을 통해 구급차 50대를 선제 배치하고 거점 3곳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해 테러 대응 등 만일의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지휘 체계를 확보했다.
하지만 무리한 인력 동원으로 지구대와 파출소 등 기초 치안 단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비번인 직원들 위주로 동원하려 하지만,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구름떼 인파가 예상되는 만큼, 팬들의 질서와 안전한 관람을 강조했다. 리더 RM은 "당일 현장 스태프분들과 안전요원의 안내를 꼭 따라주시고,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며 "'아미'(팬덤명)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만들어 주는 질서와 배려가 있어야 더 멋진 공연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안전을 위해 힘써주시는 경찰관분들, 또 소방 및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모든 분께도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맏형 진도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광화문에서 컴백쇼를 진행하게 됐다"며 "의미 있는 곳에서 오랜만에 다 같이 인사드릴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도움 주신 분들과 이해해주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저희도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장에서 보시는 분들은 안전에 꼭 유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대한민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고, 주말 BTS 공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급증해 인천공항 입국장이 매우 혼잡한 상황"이라며 "현장의 혼란과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특히 "모레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관광객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투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질서 유지는 철저히 하되 국민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겨달라"며 시민 불편 최소화도 함께 당부했다.<section data-scroll-anchor="true" data-testid="conversation-turn-6" data-turn="assistant" data-turn-id="request-WEB:7531db36-6964-4337-82a3-e0d749958890-2" dir="auto">
김예랑 / 이수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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