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닭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치킨 업계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가맹점주와 물가 안정을 주문하는 정부 사이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격을 건드리지 못하는 채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20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9~10호 육계 가격은 ㎏당 5154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4385원이던 가격과 비교하면 17.5%나 올랐다.
육계 가격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4000원대 초반을 오갔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급격하게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5000원을 넘어섰다. 올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확산으로 국내 전체 육용종계의 5%가 넘는 3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질병 확산을 우려한 이동 제한 등의 조치로 유통에 차질을 빚은 여파다.
닭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자 닭고기를 사용하는 버거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KFC는 오리지널치킨을 포함한 치킨 메뉴 등 23종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맘스터치도 내달부터 43개 품목 가격을 300~1000원씩 올린다.
치킨 프랜차이즈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 반발과 정부 기조를 감안해 본격 인상 검토를 하지 못하는 처지다. 치킨이 대표 외식 메뉴인 만큼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데다 최근 정부가 지속적으로 물가 안정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갓집양념치킨 대표 메뉴 '슈프림양념치킨', '순살반반치킨'은 각각 2만7000원에 판매된다. 네네치킨 '베트남핫스파이스치킨' 가격도 2만7000원이다. 배달비까지 감안하면 3만원을 넘는 셈이다. 과거 가격 인상시마다 소비자 반발이 컸던 만큼 추가 인상은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교촌치킨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은 업계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교촌치킨은 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 순살치킨 중량을 줄였는데, 논란이 커지며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호출되기도 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치킨 가격을 두고 대표가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고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업계 전체에 일종의 '트라우마'를 안긴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은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 수수료마저 올랐다며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 기조와 소비자 여론을 고려하면 가격을 올리는 것도 내리는 것도 모두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배달 플랫폼들이 포장 주문에도 6%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점도 치킨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달의민족은 포장 주문에 중개 수수료 6.8%를, 요기요는 2.7~7.7%를 부과한다. 쿠팡이츠도 내달부터 포장 주문에 6.8%의 수수료를 적용한다.
결국 치킨 업계는 수수료 등을 줄여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bhc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 앱 '당근'의 포장주문 서비스에 입점했다. 당근은 포장주문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교촌치킨도 자사 앱에서 포장 주문할 경우 주문 횟수에 상관없이 10%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
특히 업계 내부에서는 총대를 메고 가격을 올리는 브랜드가 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장서 가격을 인상할 경우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브랜드'로 찍혀 소비자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결국 경쟁사 동향을 지켜보며 상황을 저울질하는 눈치 게임만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 조정 없이 버티는 국면"이라며 "부담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가격에 반영하겠지만, 그게 여타 식품 업체들이 가격을 내리는 지금이어선 안 된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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