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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주총 날 총파업 선언한 삼성전자 노조

입력 2026-03-19 17:27   수정 2026-03-20 00:07

“노조 파업에 ‘30만전자’까지 가는 길이 발목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8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끝난 뒤 만난 한 중년 남성 주주가 꺼낸 말이다. 낯선 사람과 말하는 게 어색하다는 이 주주는 기자에게 “할 말은 하고 싶다”며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오는 5월 삼성전자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 요구를 거절하자 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무리한 요구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주총장에서 소액주주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을 향해 격려와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5만전자’ 신세를 면치 못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회사를 1년 만에 일등 기업으로 되돌린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주총 도중에 삼성전자 주가도 1년 전보다 네 배 가까이 뛴 20만원을 넘기면서 한껏 들뜬 주총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이런 잔칫날에 노조는 ‘축하’가 아니라 ‘투쟁’을 선택했다. 화기애애한 주총이 끝난 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93.1%의 찬성률로 5월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자료를 냈다. 회사가 OPI 재원을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하는 등의 절충안을 내놨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기세를 몰아 오는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쟁의행위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파업이 가시화하면 삼성전자가 약 5조~10조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장이 멈출 경우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4·6세대)의 납품 지연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패권을 빼앗기 위해 경쟁사들이 사활을 걸며 연구개발(R&D)에 매달리는 상황에 평균 연봉 1억5800만원(2025년 기준)을 받는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설계 외에도 파운드리(수탁생산), 생활 가전 등 여러 사업군으로 노조 파업이 번지며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소액주주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이클’이 끝나면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주총장에서 한 주주는 “초호황 사이클이 끝나면 언제 (실적이) 벼랑에서 떨어질지 모르니 염려된다”며 “인공지능(AI) 거품론도 나오는 상황에서 주주가 안심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적을 더욱 개선해 주가가 더 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어졌다.

삼성전자 노조가 눈앞의 이익보다, 회사의 미래와 경쟁력 그리고 주주들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고려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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