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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끝나지 않은 무안공항 참사

입력 2026-03-19 17:29   수정 2026-03-20 00:08

2002년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군복무를 하던 때의 일이다. 부대 특성상 비행 안전 문제는 항상 이슈였다. 어느 날 한 부사관이 기지 시설과 관련한 개선점을 본부에 건의했다. 그는 활주로 종단에서 약 100m 떨어진 안전구역에 설치된 20~30㎝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문제 삼았다. 전투기나 민항기가 착륙하면서 자칫 활주로를 이탈하면 충돌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논의와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항공기가 착륙할 때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따져야 한다는 교훈은 확실히 얻었다.
22년간 방치된 위험시설
감사원은 지난 10일 ‘항공안전 취약 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전남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내용이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무안뿐만이 아니었다. 제주 김해 김포 등 총 8개 공항의 14개 로컬라이저가 부러지기 어려운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구조물에 돌출 형태로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공항은 둔덕 높이가 2.4m, 제주공항은 5.1m에 달했다. 인천국제공항(4㎝)과 비교하면 60~127배 높았다. 이런 시설들이 최장 22년간 운영됐다.

시공업체는 물론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 모두 무안공항 사고의 ‘공범’이었다. 무안공항은 사업 초기부터 경제성 부족 문제로 공사비 절감이 이슈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공항 활주로에 경사를 두도록 했다. 평평하게 하는 공사를 줄여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로컬라이저에 둔덕이 필요하게 됐다. 더욱이 시공업체가 부러지지 않는 로컬라이저를 당초 계획보다 높게 설치하는 설계도면을 제출했는데도 국토부는 이를 그대로 승인했고, 공항공사는 로컬라이저 완공 후 오히려 철근콘크리트 벽체를 보강하는 공사를 아무런 안전성 검토 없이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
감사원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설치를 담당한 국토부와 공항공사 관계자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전남경찰청이 지난 1년 동안 45명을 입건했지만, 단 한 명도 검찰에 송치하지 못하자 올 1월 뒤늦게 특별수사단이 꾸려졌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도 40일간 운영되다 1월 별다른 소득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급기야 17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조사가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무안공항 사고는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대참사다. 하루속히 진상을 규명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해 제주 2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정치 논리로 대거 추진되고 있는 공항 건설 사업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무안공항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성 없이 추진되는 사업은 안전이 제일 먼저 희생되기 마련이다.

무안공항은 사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까지 폐쇄돼 있다.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과 정부의 수습 역량 부족, 선거용 지역 사업의 폐해를 상징하는 부끄러운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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