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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석화업계, ABS 공급중단 가능성 통보…車부품사 '비상'

입력 2026-03-19 17:24   수정 2026-03-19 20:19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근 자동차 부품사와 화학 소재 가공 업체에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제품의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보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ABS는 자동차 내·외장재의 핵심 재료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기존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고객사에 공급망 다변화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에틸렌 등 기초 석유화학 원료에 불가항력이 선언된 적은 있지만, 자동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직접 원료인 ABS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이 언급된 것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사에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공급 전망 등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LG화학 등 “ABS 불가항력 가능성”
이날 자동차와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업계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최근 고객사들에 ABS 제품 불가항력 가능성이 있다고 고지했다. 불가항력이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선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업계는 전쟁이 지속될 경우 이르면 이달 말부터 ABS 공급이 일부 제약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한 단계는 아니다”며 “제품 수급처 변화 등 각 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달라고 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BS 가격도 치솟고 있다. 전쟁 전인 지난 1월 평균 t당 1190달러였던 ABS는 이달 17일 t당 1550달러로 30.3%(360달러) 올랐다.

업계에선 ABS 불가항력 가능성 통보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에틸렌 등은 재고를 쌓아두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원자재에 해당하는 기초 유분 나프타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불가항력을 선언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여천NCC가 전쟁 시작 직후인 지난 5일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처음으로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10일 롯데케미칼과 LG화학도 일부 제품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통지했지만, ABS 제품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 조선·가구까지 생산 차질
ABS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최대한 공급을 유지하려는 ‘최후 방어선’으로 평가된다. 다른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데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산에 직접 연결되는 소재인 만큼 재고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해두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단기간에 ABS 공급망을 확대하기도 힘들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 콘솔 등 핵심 내·외장재에 쓰이다 보니 각 회사 품질 기준에 맞는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ABS까지 공급에 차질이 생긴 건 그만큼 전쟁으로 원자재 품귀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뜻”이라며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트와 침대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폴리우레탄의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조선사들 역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LNG 보관 단열재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다음달 초·중순이면 재고가 소진돼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이날 정치권에 나프타 등 원료 공급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으로 기업들이 나프타 재고를 예전보다 줄인 상황에서 중동 사태가 터져 원료 부족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여천NCC 관계자는 “나프타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도 두 배로 뛰었다”며 “업스트림 업체들이 가동률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섭/정상원/노유정 기자

ABS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열과 충격에 강하면서도 성형이 쉬워 다양한 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는 석유화학 제품. 자동차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등의 내·외장재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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