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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 곳곳 '불가항력' 선언…중동發 공급망 쇼크 막아야

입력 2026-03-19 17:31   수정 2026-03-20 00:06

미국·이란 전쟁으로 초래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불가항력(포스 마주르)’을 선언하며 계약 이행 불가 또는 그럴 가능성을 고객사에 통보하는 국내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보도다. 80%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나프타 확보에 비상이 걸린 석유화학업계에서 처음 나온 불가항력 선언은 자동차 및 전자 부품사 등으로 연쇄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때 면책을 위해 발동하는 이 조항을 기업들이 앞다퉈 꺼내는 것은 원재료 공급 차질이 빠르게 실물 산업을 타격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여천NCC에 이어 롯데케미칼, LG화학이 에틸렌 등의 범용 제품 공급과 관련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한 뒤 산업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소비재 포장지부터 자동차, 가전 등 연관산업 전반에서 줄줄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대시보드와 사이드미러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도 공급 차질 가능성이 통지된 상황이다. 이익률이 높은 ABS 제품까지 불가항력 가능성을 통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공급망 위기는 애초 정부와 기업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어제 산업연구원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복합 공급망 충격’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및 운송 차질이 나프타, 헬륨, 무수 암모니아 등 에너지 연계 원자재 공급을 흔들면 생산라인이 줄줄이 멈춰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중동 사태는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상황이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로서는 원자재 공급망 확보를 통해 산업생산 마비를 막는 게 급선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 2400만 배럴을 들여오기로 했고, 선박 한 척 분량의 나프타 도입을 약속받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러시아산이든 어디든 추가 원유 도입처를 확보하고 나프타 쇼크를 해소하기 위한 대체 수입처도 찾아내야 한다. 진짜 위기 대응 실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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