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오픈AI에 최대 8억기가비트(Gb) 용량의 HBM4(12단 제품)를 단독 공급하기로 했다. 8억Gb는 삼성전자가 올해 생산할 계획인 전체 HBM 생산량(110억Gb 이상)의 7%에 달하는 규모다. 간판 제품인 HBM4 기준(55억Gb)으로 따지면 약 15%의 물량이 오픈AI에 할당된 셈이다. 엔비디아와 AMD 공급량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납품하는 HBM4는 오픈AI가 올해 처음 출시하는 AI 반도체인 타이탄 1세대 바로 옆에 들어간다. 타이탄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 브로드컴과 협력해 개발한 AI 전용 칩이다. 올 3분기부터 TSMC가 생산해 연말께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HBM4 단독 공급은 세계 정보기술(IT)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AI 기업인 오픈AI로부터 계약을 따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는 미국이 계획한 5000억달러(약 750조원) 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는 자체 칩인 타이탄 양산에 성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오픈AI가 제시한 까다로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조건을 만족하며 이번 공급을 성사시켰다”고 평가했다.
오픈AI가 첫 HBM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선택한 만큼 앞으로 개발할 2세대, 3세대 이상의 타이탄 칩에도 삼성전자 HBM이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다. 일반적인 D램보다 용량이 크고 정보 이동 속도가 빨라 AI용 메모리로 주목받는다. 미국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세계 HBM 시장의 매출 규모가 지난해 350억달러(약 52조원)에서 2028년 1000억달러(약 15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HBM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4세대인 HBM3, 5세대인 HBM3E 제품까지 AI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에서 연달아 탈락해 메모리 반도체 1위의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2024년 5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HBM용 D램 재설계로 승부수를 던지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 HBM4 승인 테스트에서 단 한 번의 설계 수정 없이 양산 제품 출하에 성공했다. 지난 18일 또 다른 AI 반도체 회사 AMD는 삼성전자를 HBM4 우선 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작인 HBM3E 물량 요청도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자사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용으로도 50억Gb 이상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 칩도 브로드컴과 협력하고 있다.
오픈AI용 HBM4 공급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HBM 등 최첨단 AI용 메모리 공급에 대한 구매의향서(LOI)를 교환하는 등 계약 성사를 위해 공을 들였다.
강해령/황정수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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