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통폐합 초안에 세 개 회사를 합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 액화천연가스(LNG)뿐 아니라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과 공급까지 책임지는 종합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04년 석유공단과 금속광업사업단을 통합해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설립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석유와 가스는 같은 유전에서 똑같은 기술 방식으로 뽑아내는데 우리나라는 석유는 석유공사, 가스는 가스공사가 맡아 비효율이 크다”며 “광해광업공단까지 세 개 에너지 공기업을 통합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정부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두 회사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위기로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정부의 통합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공공기관 통폐합을 논의하는 민간작업반은 배드컴퍼니를 설립해 석유공사의 부실 자산을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20兆 부채가 관건
가장 큰 걸림돌은 부채만 20조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재무구조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가스공사는 양사 통합이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석유공사는 가스공사로 통합되면 석유 비축 업무가 홀대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법에 비축 의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석유 비축을 소홀히 하는 일은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터지고 중국이 희토류 등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자원 시장이 요동쳤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해광업공단으로 ‘3원화’돼 있는 국내 에너지·자원 공급 기능 일원화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한 배경이다.
통합이 이뤄진다면 가스공사가 석유공사, 광해광업공단을 흡수한 뒤 각각 본부와 지역본부 체제로 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 반발을 고려해서다. 예컨대 가스공사 소재지인 대구가 본부가 되고, 석유공사는 울산본부. 광해광업공단은 원주본부가 되는 식이다. 현재 논의의 중심은 우선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교수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해광업공단을 모두 합친 형태인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민간작업반은 석유공사를 알짜 자산(굿컴퍼니)과 부실 자산(배드컴퍼니)으로 나누고, 굿컴퍼니만 가스공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굿컴퍼니와 배드컴퍼니에 각각 어떤 자산을 넘길지다. 석유공사의 원유 및 석유제품 비축 사업부문은 알짜 수익을 내고 있다. 2024년 기준 3433억원의 매출에 11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개발 사업부문 중에서도 수익이 높은 자산이 있다. 아부다비 육상 석유 개발사업 지분 30%와 아부다비 알다프라광구 개발사업(KADOC) 지분 75%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해외 자원개발 등 부실 자산과 차입금 상당액은 배드컴퍼니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후 배드컴퍼니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기거나 청산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금융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배드컴퍼니로 넘긴 차입금은 정부가 상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정민/정영효/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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