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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재선임 '미행사'…경영권 분쟁 제동

입력 2026-03-20 00:24   수정 2026-03-20 00:27

이 기사는 03월 20일 00: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도 주주가치를 앞세워 현 경영진 안건에 제동을 건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9일 제5차 회의를 열고 오는 24일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한 결과, 최 회장과 황덕남·박병욱 이사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 ‘미행사’,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책위는 이들 후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사실상 최 회장 측에 대한 반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5.20%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이번 주총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핵심 투자자로 꼽힌다. 초박빙 지분 경쟁 구도에서 국민연금의 5%대 지분이 현 경영진 안건에 실리지 않게 되면서 안건 통과 가능성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의 최근 의결권 행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활용 안건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제고 원칙과 일관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안건에서도 경영진과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일반 주주 이익에 부합했는지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일부 주주제안 후보에 대해 의결권을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크루서블JV가 제안한 Walter Field McLallen 후보와 와이피씨·영풍·한국기업투자홀딩스 측이 제안한 최연석·최병일·이선숙 후보군에 대해 보유 의결권을 절반씩 나눠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서기보다 표 대결의 균형추 역할을 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변경 등 대부분 안건에는 찬성했다. 소수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 성격의 안건에는 대체로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결정으로 고려아연 주총은 한층 치열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등 일부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지지 않기로 하면서, 다른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표심이 최종 결과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기업에 대해서도 더 이상 기계적 중립에 머물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경영진 여부와 관계없이 의결권으로 견제에 나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다. 향후 주요 기업 주주총회와 경영권 분쟁에서도 국민연금의 한 표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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