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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폼 추락사고, 현장소장 책임 없다" 뒤집혀…대법 "안전조치 의무 위반"

입력 2026-03-20 06:12   수정 2026-03-20 06:13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발판으로 쓰이던 '갱 폼(gang form)' 위에서 작업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대법원이 현장소장의 책임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 현장소장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 그리고 그 위반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고는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작업을 위해 설치된 작업발판 일체형 거푸집인 '갱 폼' 위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국적의 20대 근로자 스미르노브 비타리씨는 외측 유로폼 거푸집을 해체하기 위해 갱 폼 위에 올라갔다가 약 3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해당 공사는 지현건설이 골조공사를 하도급받아 수행 중이었고, 피고인은 현장소장으로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1심은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안전조치 위반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고 당시 작업 개시 전 "옥상 내부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라"고 지시했는지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갱 폼 일부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중단돼 있었고, 근로자들이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해당 구조물을 작업발판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가 외국인으로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더욱 명확하고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갱 폼을 작업발판으로 사용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런 의무 위반과 근로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원심이 법리를 오해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보고 해당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건설현장에서 명시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예견 가능한 위험에 대해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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