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제왕'의 귀환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전면에 내세운 신보는 앨범명 공개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역시나 한국적인 요소를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아리랑' 선율이 들어간 곡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 묵직한 2000년대 힙합 바이브의 비트가 흥을 돋우는 가운데, 1분 52초부터 전통 타악기 연주와 함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총 3분 10초 분량의 곡에서 절반 가까이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가볍게 멜로디만 차용한 수준이 아니다. 멤버들의 보컬 뒤편에서 시작된 '아리랑'은 타악기 연주와 함께 곡의 전면으로 나온다. 이때는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마저 멎는다. 온전하게 '아리랑'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짠 구성이다. 그러다 다시금 강렬하게 터져 나온 랩이 전율을 일으키며 곡은 끝을 맺는다.
'프롬 에브리웨어 투 코리아(from everywhere to Korea)', '두 눈을 감지 않을 이 밤 / 솟구치는 겨레의 마음'이라는 가사도 눈에 띈다. 아리랑, 그리고 전원 한국인인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한데 어우러진 곡이다.
3번 트랙 '에일리언스(Aliens)'에서는 김구 선생이 등장한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을 "태생부터 다른 일곱 에일리언스(외계인)"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자신감을 내비치는 내용의 곡이다. 멤버들은 당돌하게 김구 선생을 부른다. 그리고는 "tell me how you feel(기분이 어떤지 말해달라)"이라고 한다. 한국인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다. '신발은 벗어놔', '뭐든 더 빠르게' 등의 한국인 특징을 가사에 담는가 하면, 손뼉을 치라면서 '중모리'를 언급한다.
특히 이색적인 건 6번째 트랙 'No.29'다. 여기에는 목소리가 없다. 대한민국의 국보 제29호로 지정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오롯이 담아냈다. 힘 있게 '두웅' 하고 시작된 종소리는 섬세한 파동을 일으키며 수십여초 간 이어진다. 가청주파수 부분은 30초 정도 가량이고, 1분가량 비가청주파수가 재생된다. 소리를 키우고 온 신경을 집중해 들어보길 추천한다.
'No.29'는 앨범 흐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5번 트랙까지는 글로벌 톱의 위치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당돌한 기세로 스웨그를 뽐낸다. 자신을 스스로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느껴지는 곡 위주로 배치했다. 데뷔 초 힙합 그룹을 표방했던 방탄소년단의 다소 반항적이고 거칠었던 모습이 떠올라 반갑다.
이어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분위기를 환기한다. 차분하게 파동에 몸을 맡기고 나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타이틀곡 '스윔(SWIM)'이 나온다. 이전까지 외면의 방탄소년단을 노래했다면, 후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내면을 들여다본다. 13년여에 걸친 방탄소년단의 여정을 집약해 놓은 듯한 느낌도 있다. 사회와 타인에 나를 표현하던 10대 소년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20대 청춘의 불안과 성장, 고민 등을 다뤘던 방탄소년단의 서사가 떠오르는 구성이다.

타이틀곡 '스윔'은 삶의 파도 속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계속 헤엄쳐 나아가는 자세를 노래했다. 이번 앨범에서 멜로디가 가장 부드럽게 흐르는 곡이다. 감각이 반전될 정도의 변주가 없어 편안하게 듣기 좋다. RM은 이 곡을 "평양냉면 같은 맛"이라고 표현했다. '스윔'만 먼저 듣는다면 매력에 바로 빠져들기 어렵지만, 앨범 전곡을 들어본다면 이 트랙만의 '끌어당기는 힘'이 있음을 알게 된다. 다만 전체 가사가 영어인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힐 만하다. 아울러 앨범명 '아리랑'과의 연결성 측면에서는 '바디 투 바디'가 더 타이틀곡에 적합해 보이기도 한다.
'스윔' 이후로는 주로 멜로디컬한 곡들이 나온다. 확고한 팝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다. 사이키델릭 록을 기반으로 한 얼터너티브 장르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 얼터너티브 팝 '노멀(NORMAL)', 사이키델릭 트릭 합 '라이크 애니멀스(Like Animals)'까지 듣는 재미를 풍성하게 끌어올린다. 가사로는 삶에서 느끼는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감정들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음악적 도전도 엿보인다. '데이 돈트 노우 바웃 어스(they don't know 'bout us)'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소화하는 방탄소년단의 음색이 상당히 신선하다. 어쿠스틱 기반의 소울 팝 록인 마지막 트랙 '인투 더 선(Into the Sun)'은 초반부 리드미컬한 컨트리 감성을 불러일으키다가, 랩과 함께 트렌디하게 사운드가 확장해 듣는 재미가 두 배다.
슈가는 이번 앨범에 대해 "가장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거창한 메시지보다 '우리'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지민은 "언제나 새롭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수많은 고민 또한 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헤엄쳐 나갈 것이라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국은 "개개인의 시간과 색채를 고스란히 담아서 가장 방탄소년단스러운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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