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않아 일본은 일단 시름을 덜었다. 뉴욕타임스는 “다카이치 총리가 매력과 절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격노를 피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받은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정상 중 트럼프 대통령과 첫 번째로 대면했다. 그만큼 큰 주목을 받은 이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분위기를 주도해갔다. 그는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뿐”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허용돼서는 안 되며 일본은 호르무즈해협의 실질적 봉쇄를 비난해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더 나서주기를 기대한다”며 “(일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달리 책임을 다하려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한 언급은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백악관에 도착한 뒤 악수를 위해 손을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가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치적 멘토인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도널드’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다. 올해가 미국의 독립 250주년이라는 점에 착안해 벚나무 250그루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무들은 워싱턴 기념탑 주변에 심어질 것”이라며 “모든 미래 세대에게 변함 없는 유대를 상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계획한 ‘돈 보따리’도 풀었다. 일본은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로 소형모듈원전(SMR)에 400억달러, 천연가스 발전 시설에 330억달러 등 총 7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1차 프로젝트(36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1·2차 프로젝트를 더하면 관세 인하 대가로 약속한 대미 투자(5500억달러)의 20%를 채운다.
양국은 원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미국이 대일(對日) 원유 수출을 늘리는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일 중요 광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인디애나주에서 희토류 정련 및 구리 제련,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리튬 광산 개발을 추진한다. 애리조나주에서는 구리 광산을 개발할 계획이다.
니컬러스 세체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기대했으나 다카이치 총리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답변을 강요하지는 않았다”며 “일본으로선 전략적으로 바라던 결과였고, 동맹국의 지지를 대외에 과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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