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1시께 찾아간 서울 논현동 카페 ‘휴가’는 방탄소년단(BTS) 팬덤인 아미(ARMY) 20여 명으로 북적였다. 하이브의 옛 사옥인 청구빌딩에서 약 600m 떨어진 이곳은 BTS 멤버들의 초기 숙소를 개조해 조성한 문화 공간으로 아미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카페에서 만난 멕시코 출신 아메리 로페스(43)는 “한국은 처음 방문한 것이어서 BTS 멤버들의 숨결이 묻어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며 “막 나온 신곡 ‘SWIM’ 뮤직비디오를 BTS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신난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서 펼쳐지는 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해외 팬이 서울 곳곳의 ‘BTS 성지’를 찾아 나서고 있다. 팬들은 청구빌딩을 들른 뒤 BTS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자주 찾은 인근 유정식당에서 제육쌈밥을 먹고 카페 휴가까지 이어지는 ‘BTS 성지 도보 코스’를 따라 주로 움직인다. 이날 방문한 유정식당에서는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렸다. 200㎡, 70석 규모인 이 식당은 낮 12시가 되기 전 일본, 스페인,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으로 만석이었다. 내부 벽면은 물론이고 천장까지 팬들이 남기고 간 굿즈와 사진이 가득했다.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 온 장영근 씨는 “BTS 멤버들이 7년 전께 이곳을 자주 찾았다”며 “평소에도 팬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공연을 앞두고는 하루 수백 명씩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명소는 폐쇄됐지만 이를 알지 못한 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외국인 팬도 적지 않았다. 서울숲의 ‘제이홉 숲’과 2022년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콘서트가 열린 종합운동장은 대표적인 BTS 명소로 꼽히지만 두 곳 모두 공사 중이다. 일본 출신 스즈키 유나(23)는 “2박3일 일정으로 급하게 와서 제이홉 숲 벤치정원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공사 중이라 보지 못해 아쉽다”며 “다른 장소를 얼른 찾아서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BTS 서울관광 홍보영상 촬영지인 국립중앙박물관도 하이브 사옥과 함께 방문 코스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BTS 정규 5집 ‘ARIRANG(아리랑)’ 발매를 기념한 ‘뮷즈’(뮤지엄 굿즈)가 판매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박물관은 숄더백, 카드홀더, 헤어클립, 헤어핀 등을 구매하려는 외국인 팬으로 붐볐다. 미국인 셀리나 캐츠(44)는 “하이브 사옥을 방문한 다음 뮷즈 판매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왔다”며 “아침 일찍 온 덕에 박물관에서 포스터와 목걸이를 획득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BTS 성지순례 열풍은 서울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부산 오륙도 등을 포함한 관광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하며 관련 투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숙박·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에서는 서울과 강원도, 부산 등을 잇는 BTS 투어 상품이 인기다. 성인 대상 68달러(약 10만원)에 판매 중인 한 패키지 상품은 BTS 2집 앨범 재킷 촬영지로 유명한 강릉 주문진 버스정류장을 방문하는 코스로 짜여 있다. 멤버 지민이 다녀간 오륙도와 뷔가 다녀간 부산시민공원, RM이 방문한 부산시립미술관 등도 부산의 ‘BTS 순례 코스’로 떠올랐다. 하이브 사옥 앞에서 만난 미국인 루이사 가르시아(27)는 “무작정 한국에 온 상태라 계획은 없다”며 “가보고 싶었던 서울 명소는 모두 봐서 부산이나 강원도를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병화/최영총/진영기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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