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독일 도심은 우리네 설날처럼 한적해진다. 독일인은 그만큼 여행에 ‘찐’심이다. 더불어 봄 부활절과 겨울 성탄절마다 북적이는 독일의 주요 공항을 보면 이들의 여행 열기를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독일은 매년 약 800억 유로를 해외여행에 쓰며 1위 미국, 2위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관광소비국이다. 독일인 한명 당 연간 여행일 수도 20년째 약 12일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만 9.9일로 잠시 10일 이하로 떨어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 이슈가 생기면 독일인의 여행 패턴은 어떻게 바뀔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 독일인의 동유럽 여행은 빠르게 위축됐다. 반면 독일 국내 여행과 남유럽 휴양지 수요는 크게 늘었다. 비행기 대신 자동차와 기차를 이용한 근거리 여행도 증가했다. 여행 방식 역시 변화했다. 장기 휴가보다 짧은 여행을 여러 번 떠나는 ‘마이크로 여행’이 확산했다. 흥미롭게도 같은 기간 캠핑용품, 캐주얼 의류, 간편식 시장도 함께 급성장했다.독일 여행업계 또한 상황이 발생하면 목적지와 상품 구조를 빠르게 바꾼다. 최근 중동이 긴장 상태에 접어들자 일부 여행사들은 중동 노선을 줄이고 아시아와 지중해 지역으로 상품을 재빨리 재배치하고 있다. 수요 자체를 없애기보다 안전하고 성격이 유사한 대체 목적지로 관광객을 이동시키는 식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많은 독일 여행업계는 위기 대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시장을 유지하는 방법을 학습해 왔다.
여행 중심 소비시장에서는 캐주얼 패션도 중요하다. 기능성과 편안함을 강조한 K-패션 역시 한류 스타의 유럽 방문이 잦아지며 잠재력을 더해 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요즘 개최되는 K팝 콘서트는 매진이 아닌 경우가 드물다.
분쟁이 발생하면 불확실성은 커진다. 그러나 시장은 늘 새로운 균형을 찾아간다. 독일 여행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멈추지 않고, 목적지만 달라질 뿐이다. 그렇게 여행지의 이동은 결국 소비의 변화로 이어진다. 변화의 방향을 빠르게 읽어 내는 기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김연재 KOTRA 유럽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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