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을 더 시험하는 자리일 때가 있다. 회의실에서는 다 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막상 정리해보면 중요한 한 문장이 빠져 있다. 카페 미팅에서는 주변 소음에 문장의 끝이 묻히고, 화상회의에서는 상대의 질문을 한 박자 늦게 이해한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순간을 집중력 저하 또는 업무 감각의 둔화로 해석한다. 그러나 때로는 일이 버거워진 것이 아니라, ‘듣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일 수 있다.우리는 청력을 너무 쉽게 노년의 언어로 분류한다. 하지만 청력은 나중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업무 수행과 맞닿아 있는 기능이다. 특히 소음 노출로 인한 청력 변화는 대개 4000~6000㎐ 같은 고주파 영역에서 먼저 나타나기 쉽다. 이런 경우 많은 사람이 ‘전혀 안 들린다’보다 ‘들리는데 또렷하지 않다’고 느낀다. 특히 회의실, 카페, 전화, 화상회의처럼 소음이 있거나 음질이 고르지 않은 환경에서는 작은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난다.
한두 번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면 그냥 ‘요즘 피곤해서’라고만 덮어두지는 말았으면 한다. 자주 되묻게 되는지, 말소리가 웅얼거리듯 들리는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유독 따라가기 어려운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된다. 필요하다면 부담 없이 청력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검사는 무언가를 선언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
다만 회의에서 놓치는 한마디의 원인이 늘 청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MZ세대의 일상생활은 대부분 멀티태스킹 환경에 노출돼 있다. 회의 중에는 노트북으로 자료를 넘기고, 메신저를 확인하고, 회의록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표정과 맥락까지 파악해야 한다. 다른 업무 중에도 끊임없이 메일과 메신저 진동이 울리고, 일의 우선순위는 끊임없이 변한다. 또한 이 중에도 틈틈이 SNS와 유튜브를 확인하고, 포털 사이트의 기사도 읽어낸다.
문제는 사람의 인지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는 일의 상당수는 사실상 빠른 전환에 가깝고, 그 과정에서 듣기에 배정되는 자원이 적어진다. 실제로 소음 속 말소리를 이해하는 데 청력뿐만 아니라 청각적 작업기억 같은 인지 기능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니 어떤 날의 ‘못 들음’은 귀의 문제일 수도 있고, 과 부하 된 뇌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둘이 겹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건 낙인이 아니라 점검이다. 회의에서 자주 되묻는지, 말소리가 웅얼거리듯 들리는지, 시끄러운 장소에서 유난히 대화를 따라가기 힘든지, 이어폰 볼륨을 자꾸 올리게 되는지 한번 돌아보면 된다. 필요하면 가볍게 청력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청력 검사는 ‘늙었다’는 선언이 아니라, 내 업무 인프라를 점검하는 일에 가깝다. 청력은 노년의 상징이 아니라, 커리어를 떠받치는 조용한 역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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