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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밥먹듯하다 징계 몰리자…"성희롱 당했다" 조작 신고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2026-03-22 06:00   수정 2026-03-22 06:57



자신의 징계를 논의하는 상급자들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본 뒤 해당 상급자들에게 '성희롱'과 '괴롭힘'이라는 허위 프레임을 씌워 역공을 펼친 직원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신고자 보호 규정이 '허위 사실을 꾸며내어 상대를 음해하는 자'에게까지 주어지는 면죄부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3개월간 지각 18번...징계 피하려 '성희롱·괴롭힘' 신고
한 기업에서 비서로 일하던 A씨는 자주 자리를 비우거나 별다른 사유 없이 근무시간 변경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팀장은 인사팀과 협의해 "근무 변경신청시 합당한 사유를 기재하라"고 지시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팀장은 상급자인 실장에게 A씨의 문제 행동을 보고하고, A씨에게도 근태와 업무 태도를 지적하는 5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A씨는 반성은 커녕 "팀장이 본인 기분대로 처리하고 트집과 지적하는 위치로 착각하는 것 같다. 기본적인 근태 시스템 파악도 못하고 계신데 인사내규 꼼꼼히 읽고 공부하라"며 되레 모욕적인 반박 이메일을 보냈다. 팀장과 면담 중 "이메일로 보내라"며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팀장은 실장에게 A씨의 근태와 업무 태도 문제점을 보고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2024년 5월 발생했다. A씨는 대표의 이메일 계정을 확인하던 중, 실장이 대표에게 보낸 'A씨에 대한 정직 징계 필요' 보고 메일을 열람하고 징계 절차가 진행될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그날 오후부터 각종 증거를 수집하고 사내 컴퓨터 파일을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하며 '반격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기밀을 자기 이메일로 유출하기도 했다.

이틀 뒤 A씨는 실장과 팀장을 가해자로 특정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2개월 전 회식 자리에서 실장이 자신을 따돌리며 '얘한테는 알리지 말라니까 왜 왔어'라고 말했다"며 괴롭힘을 주장했다. 당시 이 발언을 들었다는 동료의 증언도 함께 제출했다. 또 다른 날엔 실장이 회의 중 복도로 나와 큰 소리로 "쟤 내보낼 거야"라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고용노동청에도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고용노동청은 "이메일 5차례 발송 행위 등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내부 조사에 나서면서 되레 A의 다른 비위 행위가 확인됐다. 결국 회사는 △허위 괴롭힘·성희롱 신고 △동료 위증 강요 △사내 영업비밀 무단 유출 △상급자 지시 거부 및 무단결근 개선 요청에 대한 모욕적인 이메일 회신 △3개월간 18회 상습적 지각 및 근무지 이탈 등 6가지 사유로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중노위가 회사 측 손을 들어주자 A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법원 "괴롭힘 허위 신고, 신뢰관계 박살...해고 자초"
법원은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실장이 자신을 따돌렸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당시 회식 장소는 목소리도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고, 발언을 들었다는 동료는 실장과 가장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증을 한 동료도 조사 과정에서 "비서의 부탁을 거절할 경우 보복당할 것이 걱정돼 어쩔 수 없이 응했다"고 진술하면서, A씨의 '위증 강요'도 인정이 됐다. 심지어 실장이 회식 후 A씨에게 전화해 '왜 2차에 안 왔냐'고 묻기까지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실장이 회의 도중 자신에게 "쟤 내보낼거야"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것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발언을 들었다는 동료가 없다"며 "실장은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온라인 회의에 참석 중이었는데, 대표이사의 질문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의실을 빠져나와 해당 발언을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되레 "A입장에서는 팀장과 실장이 징계를 주도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있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인정받을 경우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를 징계해 불리한 처우를 한다'는 구도를 만들 수 있었으므로 허위사실을 지어내 신고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A씨가 팀장이 보낸 5통의 이메일에 모욕적 회신을 한 것도 징계 사유가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메일 내용도 '앞으로 무단결근하지 말아달라, 기본적인 예의 지켜달라'는 것에 불과하다"며 "고용노동부 판단과 달리 괴롭힘으로 평가할 수 없고, (되레) A의 무례한 이메일이 정당한 항의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고 양정도 정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허위 사실로 신고한 것만으로 해고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며 "동료에게 위증을 강요해 허위 신고 증거를 만들려 했고, 동료가 회사에 위증 사실을 털어 놓자 동료를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는 등 안하무인인 태도를 보이는 등 반성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할 경우 언제든지 비위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는데, 징계를 모면하고자 위증의 수단까지 동원했다면 신뢰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며 "이는 A씨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 피하려 괴롭힘 신고..."법 보호 대상 아냐"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괴롭힘 신고 자체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이에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근로자를 신고의 원인이 된 사용자·상급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취지지, 허위사실로 신고한 근로자까지 보호하는 규정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정당한 인사 조처에 대항하는 '방탄용'으로 악용하는 사례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동료를 향한 보복이나 압박 수단으로 신고가 오남용되는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6373건에 달했다. 2020년 5823건과 비교하면 불과 5년 새 181%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괴롭힘이 만연한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처리 완료된 1만5655건 중 기소된 사건은 101건(0.6%)뿐이었다. 과태료 부과(231건)를 합쳐도 유의미한 처벌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반면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은 5077건으로 전년(4758건)보다 늘었다. 신고자가 스스로 취하한 건수(1592건)까지 고려하면 괴롭힘 신고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이라고 판단한 사안 조차 법원에서 '정상적인 인사 관리'라고 판단하며 반박한 사건"이라며 "괴롭힘 판단 기준의 모호함이 직장의 기초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태가 엉망이거나 하극상을 일삼던 근로자가, 정작 본인이 불이익을 당할 처지가 되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조직을 기망한 행위를 방치하면 전체 조직이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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