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5시간 앞둔 21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는 거대한 '보랏빛 요새'로 탈바꿈했다.3년 9개월 만의 '왕의 귀환'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아미(ARMY)'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경찰은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최대 규모인 26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고 안전사고 방지에 사활을 걸었다.
이날 광화문 월대 맞은편부터 시청역까지 이르는 남북 1.2km, 동서 200m 구역은 거대한 안전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평소 시민들의 쉼터이던 광장은 이제 31개의 지정된 게이트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한 '특수 통제 구역'이 됐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인력만 1만5000여 명에 달했다. 이들은 게이트 안팎에서 보행 흐름이 정체되지 않도록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하실게요" "서 계시면 안 됩니다", "무브! 무브!(Move! Move!)"를 연신 외치며 인파 관리에 나섰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 등 국제적 긴장감 속에 테러 우려가 커지면서 모든 게이트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됐고, 가방을 열어 내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정밀 수색이 이어졌다.

관람객 대다수가 여성인 점을 고려해 현장에는 여경이 전면 배치됐다. 한 여경은 "여성분들 중에 몸수색을 불편해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여경이 전담하고 있다"며 "상관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남성 경찰이 수색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별을 고려해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보안 절차에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협조적이었다. 독일에서 온 7년 차 아미 제랄딘 뮐러 씨(26)는 "안전을 생각하면 검문이 불편하지 않다. 단지 이동이 조금 더딜 뿐, 아미들은 지금 무척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일부 구간에서는 실랑이도 벌어졌다. 게이트 곳곳에는 금속탐지기에 걸린 가위와 라이터 등이 수북이 쌓였고, 식칼을 소지한 요리사나 배낭에 과일을 깎아 먹으려고 과도를 넣어온 어르신들이 제지당하며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한 어르신은 "사과 좀 깎아 먹으려는데 무슨 테러범 취급이냐"며 "과잉 검문"이라고 항의했으나, 경찰은 안전 원칙을 내세우며 반입을 불허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1인 시위를 위해 광화문을 찾은 임재이(80) 씨는 안전관리요원이 "할머님 여기 계시면 제가 혼나요"라며 만류하자, 웃으며 구석으로 이동했다. 임 씨는 "오늘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걸 알고 왔다. 가습기 살균제 이슈를 잊지 않고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까 옆으로 비켜주는 수밖에"라며 "6팀이 같이 나왔는데 끝나고 무사히 만나자고 했다"고 말하며 자리를 옮겼다.
경찰은 이번 공연을 위해 최첨단 치안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인파 밀집 구역을 8.6m 높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고공 관측 차량을 동원해 사각지대를 없앴고, 차량에 장착된 30배율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상황실로 전송하고 있다.
공중 테러 가능성도 원천 봉쇄한다. 경찰특공대의 '안티 드론 차량'은 허가되지 않은 드론이 비행할 경우 즉각 '재밍건'을 쐈다. 전파 교란을 통해 드론의 조종권을 박탈하거나 강제로 착륙시키는 방식이다.

오후 3시께에는 광화문 일대 전광판에 '비상 상황 발생' 자막이 뜨며 실제 화재 대피 훈련이 이뤄지기도 했다.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이동하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현장의 모든 봉사자는 경광봉을 흔들며 안내하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차량 돌진 테러를 막기 위한 물리적 차단벽도 견고하다. △주요 도로 5곳 △이면도로 15곳에 바리케이드와 경찰 버스를 동원한 3중 차단선을 구축했다. 특히 멤버들이 서는 무대 주변은 이중·삼중의 펜스로 둘러쳐 '진공상태'에 가까운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광화문과 덕수궁 일대 인구는 약 2만8000명이었다. 이는 3시간 전보다 약 24% 급증한 수치로, 공연 시간이 임박할수록 밀집도는 가파르게 높아질 전망이다. 숭례문까지 이어질 26만 명의 대규모 인파를 수용하기 위해 세종대로는 이미 전날 밤부터 통제됐고, 오후 4시부터는 사직로와 율곡로까지 통행이 금지된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오후 2시부터 무정차 통과를 시작했으며, 시청역과 경복궁역 역시 인파 상황에 따라 정차하지 않고 통과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울청사에 현장상황실을 마련하고 인파 밀집 상황을 1분 단위로 모니터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은 이날 오후 8시에 시작되며 넷플릭스를 통해 생중계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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