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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땜질식 수기 통계 버린다…국민연금, ESG 수익률 산출 시스템 개발 착수

입력 2026-03-22 16:02   수정 2026-03-22 16:06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내 상장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별 수익률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전산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그동안 수기로 계산해 제출하던 통계를 폐기하고, 실제 기금 운용 성과와 같은 방식으로 수익률을 산출하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ESG 등급별 성과를 ‘시장 평균’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실제 투자 성과’에 가깝게 측정하겠다는데 있다. 기존 방식은 단순 계산에 머물러 실제 운용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6월까지 주식운용실 주관으로 ‘ESG 등급별 수익률 산출’ 시스템의 개발과 검증을 진행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ESG 수익률 자료의 신뢰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세 차례 바뀐 수기 통계
그동안 국민연금은 국회 요구가 있을 때마다 ESG 등급별 수익률을 수기로 산출해 제출했다. 문제는 산출 방식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는 것이다. 2024년에는 종목별 수익률의 단순 평균을 적용했는데 규모가 작은 종목의 급등락까지 과도하게 반영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기업 규모를 반영한 평균 방식이 도입됐지만 국민연금이 실제로 어떤 종목에 투자해 얻은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해당 ESG 등급에 속한 전체 종목의 평균 성적을 계산한 데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에는 국민연금이 실제 투자한 금액 비중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운용역의 종목 선택에 따른 성과가 일부 반영됐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계는 남아 있었다. 기준 시점을 반기 초로 고정해 해당 기간에 발생한 매매와 배당금 수령 등 실제 현금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

새로 구축하는 시스템은 기금운용 수익률 산출 방식과 동일한 구조를 적용한다. 반기 초 ESG 등급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뿐 아니라 매수·매도, 배당 등을 반영해 하루 수익률을 계산하고 이를 누적해 반기 및 연간 수익률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단순 평균이 아니라 실제 투자 흐름에 가까운 수익률을 계산하는 구조다. 다만 위탁운용 보수 등 개별 종목 단위로 나누기 어려운 공통 비용은 제외된다.


○ESG 투자 성과 논쟁 끝날까
이와 함께 ESG 등급 변화 추이를 관리하는 시스템도 병행 구축한다. 국민연금은 연 2회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를 시행해 AA부터 D까지 6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새 시스템은 평가 시기 사이의 등급 이동을 자동으로 집계해, 등급 변동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시스템 구축은 ESG 투자 성과를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이 실제로도 높은 수익률을 내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는 부족했다. 기존 방식이 단순 계산에 의존해 ESG 등급과 수익률 간 관계를 정확히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실제 투자 흐름을 반영한 수익률 산출 체계를 도입하면, ESG 등급과 투자 성과 간 관련성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은 ESG C, D 등급 기업에 투자하면서 연기금 수익률을 이유로 들어왔지만, 정작 그간의 ESG 등급별 성과는 단순 계산에 의존해 실제 운용 수익률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번 전산 시스템 구축을 통해 보다 정밀한 성과 측정이 가능해지면 책임투자의 투명성과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달부터 전산 설계와 개발에 들어가 단계별 검증을 거친 뒤, 오는 6월 국회에 최종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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