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찾는 실수요자 연락은 꾸준하죠. 매물이 없는 게 문제에요."(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
서울 외곽 지역의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물건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공급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관악드림타운(3544가구·2003년 9월 입주)' 전세 물건은 단 1건뿐이다. 월세 역시 5건에 그쳐 임대차 물건이 손에 꼽혔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3830가구·2004년 5월 입주)' 역시 전세는 2건, 월세는 1건뿐이었다. 구로구 개봉동 '현대(2412가구·2001년 8월 입주)'도 전세 물건이 2건에 그쳤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2215가구·1988년 6월 입주)'은 전세 9건, 월세 4건, 같은 구 중계동에 있는 '중계그린(3481가구·1990년 9월 입주)'은 전세 4건, 월세 6건이었다.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워낙 없다. 월세는 전세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적은 것은 매한가지"라면서 "찾는 실수요자는 많은데 물건이 나오질 않는다. 계약할 수 있는 물건이 나오면 바로바로 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요는 많은데 물량은 없다 보니 가격도 오름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면적 84㎡ 지난 14일 6억5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3월 맺어진 신규 전세 계약 최고가는 5억50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1억원 더 올랐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12일 5억원에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해 2월엔 4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던 면적이다. 1년 새 1억원이 뛰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49㎡는 지난 3일 3억3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는데 1년 전 최고가 2억8000만원보다 5000만원이 더 뛰었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찾는 실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이 많지 않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전세난이 심해지는 것은 부족한 공급 탓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예정된 아파트 공급물량은 4165가구였다. 서울 적정 수요 4만6520가구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2027년엔 1만306가구로 올해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2028년 3080가구, 2029년 999가구로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기존 전셋집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에 전세 계약을 한 집에서 한 번 더(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중은 지난해부터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36.5%였던 비중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6월 41%를 넘어섰다. 7월 44.7%, 12월 46.9%로 점점 커졌다. 올해 1월 48.6%를 기록한 재계약 비중은 2월 52.8%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섰다.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도 전세난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목돈을 받아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고, 향후 돌려줘야 할 돈이라는 인식이 강해져서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당장 수억원씩 내야 하는 전세보다는 수백만원에 그치는 월세를 구하는 게 진입장벽이 더 낮다.
심형석 법무법인조율 수석전문위원(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 전세 매물은 40% 가까이 사라졌다"며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다가왔지만 물건 부족은 물론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월세 시장 불안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세 들어 살 집을 찾지 못한 일부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수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에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가 주목받는다. 범위를 넓혀 경기권을 보기도 한다. 하남, 구리, 용인, 수지 등은 실수요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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