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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위협…'30년 아성' 도전 받는 삼성 보험형제

입력 2026-03-22 17:51   수정 2026-03-23 01:03

지난 30여 년간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삼성을 따라가느냐, 못 따라가느냐’가 곧 경쟁력의 기준이었다. 삼성생명이 변액보험과 치명적 질병(CI) 보험을 도입하면 업계 표준이 됐고, 삼성화재가 긴급출동과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강화하자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이런 삼성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후발 업체의 추격으로 초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각각 1조6997억원, 1조6909억원의 순이익(별도 기준)을 내며 생명·손해보험업계 1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1조6810억원)의 순이익 격차는 99억원으로 좁혀졌다.

삼성생명은 여전히 경쟁사 대비 두 배 넘는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선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6조7342억원으로 2020년(26조5402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해외 진출에서도 삼성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지금까지 ‘룰메이커’ 역할을 해왔다”며 “이제는 실적 1위를 지키는 것으로 시장 지배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순익 1위 겨우 지키고…삼성생명은 요양사업 한발 늦어
내부 안정성·리스크 관리에 집중, 혁신 더뎌져…"1위업체 딜레마"
지난 30여 년간 국내 보험시장에선 ‘삼성을 따라가느냐, 못 따라가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었다. 삼성생명이 변액보험과 치명적 질병(CI) 보험을 도입하면 업계 표준이 됐고, 삼성화재가 긴급출동과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강화하자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삼성이 독주하던 보험시장에 점차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각각 1조6997억원, 1조6909억원의 순이익(별도 기준)을 내며 생명·손해보험업계 1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 모두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졌다.
◇사업 구조 변화로 좁혀진 격차
손해보험시장에서는 삼성의 위상 변화가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2위인 메리츠화재(1조6810억원)와의 격차가 100억원 이내로 좁혀졌다. 자동차보험 실적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부문 실적은 2024년 958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59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463억원 수준이었다. 자동차보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판매를 늘리며 수익 구조를 개선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 방식 변화도 큰 영향을 줬다. 삼성화재 전속 설계사는 2만4798명(지난해 9월 기준)이다. 전년 동기(2만337명) 대비 4461명(2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메리츠화재는 비대면 영업 플랫폼을 통해 설계사 조직을 빠르게 확대했다. 메리츠화재 전속 설계사는 4만1111명으로, 같은 기간 1만1749명(40%) 급증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의 실적이 본격 반영될 경우 삼성화재를 앞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해외 재보험 사업 등에서 점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발 늦은 신사업 속도
삼성생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조3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으로 생보업계에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26조7342억원으로 2020년(26조5402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성장성 정체는 생명보험업 전반의 공통 과제지만, 새로운 시도와 신성장동력 발굴 측면에서 삼성생명이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급속한 고령화로 뜨고 있는 요양사업이 단적인 예다. KB라이프는 2023년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해 생보사 최초로 요양사업에 진출했다. 신한라이프는 2024년 1월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요양사업 자회사인 삼성노블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정부의 인가에 맞춰 사업을 본격화한 측면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쟁사보다 한발 늦게 시장에 들어섰다.

국내 생보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삼성생명은 최근에는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헤이핀캐피털매니지먼트 지분을 인수하는 등 본업 기반의 해외 사업 확대보다 투자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 1위의 딜레마도 작용”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런 행보를 두고 ‘선두 업체의 딜레마’로 본다. 후발 주자는 판을 바꾸지 않으면 따라잡기 어렵지만, 1위 회사는 기존 사업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어 혁신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근본적으로는 삼성의 보수적 경영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년간 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성과 내부 관리가 한층 강조됐다. 자본 관리 부담을 키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 역시 이런 흐름을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보험사”라면서도 “성장과 혁신 측면에서도 1위 회사에 기대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시온/김수현/조미현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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