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덤보’ 전인지(사진)가 다시 날아오를 채비를 마쳤다. 프로 데뷔 이후 15번째 시즌을 앞두고 만난 전인지는 “계속 덜어내고 내려놓으며 앞으로 다가올 ‘진짜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시즌”이라고 밝게 웃었다.전인지는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 스타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국내 무대를 평정했고 2015년 비회원 신분으로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에비앙 챔피언십(2016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2022년) 등 메이저 3승을 포함해 통산 15승을 거뒀다. 특히 2022년, 긴 부진을 딛고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거머쥐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메이저 대회 4개 이상 우승)에도 성큼 다가섰다.
하지만 전인지에게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4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단 한 번 들 정도로 고전했다. 전인지는 “2024년 US여자오픈을 목표로 달려오다가 동력을 상실해버린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2015년 US여자오픈의 대회장 랭캐스터CC에서 다시 열렸거든요. 이 대회만 바라보고 달려오다가 대회를 마치고 나니 갈 길을 잃어버린 듯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방황의 시간, 전인지는 자신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일, 원하는 것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했다. 그는 “생각보다 제가 골프 열정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다시 나아가기 위해 작은 목표부터 다시 설정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팀 전인지’를 새로 꾸렸다. 2024년 말부터 LPGA 투어 출신 김송희 코치와 손을 잡았고 18살 때 인연을 맺었던 멘탈 코치 조수경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난해 말에는 브리온에 새 매니지먼트 둥지를 틀었다. 그는 “이전까지 혼자서만 끙끙 앓았지만 지금은 저의 마음을 하나씩 꺼내놓고 함께 고민할 사람들이 있다”고 미소 지었다.
스윙도 바꿨다. 과거 전인지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지면 반력을 과하게 사용했다. 비거리는 얻었지만 반복된 동작으로 허리 통증이 생겨 부상 공포를 키웠다. 김 코치를 만나 전인지는 그간 스윙에 더했던 불필요한 동작을 덜어내고 ‘몸이 편안한 스윙’에 집중했다. 그는 “몸이 편해지니 스윙 스피드가 91마일에서 95마일로 빨라졌고 연습량도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전인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샤론하이츠CC(파72)에서 막 올린 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출발이 좋다. 한국시간 22일 오전 끝난 3라운드까지 중간 합계 8언더파 208타로 공동 9위에 올랐다. 세 번의 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안착률 67%, 그린 적중률 83.3%를 기록했고, 홀당 평균 퍼트 1.7회를 기록 중이다.
여자 골프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 서른둘. 하지만 전인지는 “띠동갑 후배들과 경쟁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딱 1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지만 조급해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저희 팀과 ‘성적은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갔을 때 받는 선물 같은 것’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저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않고 가능한 오래 투어 활동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몸도 잘 만들고 연습을 충분히 한 상태로 1라운드 1번홀 티잉 구역에 선 듯한 기분이에요. 올 시즌 제 스코어카드에 무엇이 적힐지, 어느 홀에서 벙커에 빠질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 자체를 충실히 써 내려가고 싶어요. 오랜 기간 함께해주시는 팬들의 응원을 오롯하게 느끼며 메이저대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멋진 플레이를 해내겠습니다.”
조수영 기자/사진=최혁 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