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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기 끝나가는 사모대출의 '5가지 위험 신호'

입력 2026-03-22 18:27   수정 2026-03-22 18:28

최근 뉴욕 월가에선 사모대출 부실 정도와 범위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모대출에 대규모 손실과 환매 사태가 발생해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사모대출 투자자뿐 아니라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주의 깊게 봐야 할 리스크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월가에서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사모대출 리스크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담보가치 변동을 알 수 없다
사모대출 시장에선 시장 가격이 없다. 상장 주식이나 채권은 거래소에서 실시간 거래를 통해 가격이 형성되지만, 사모대출은 투자자와 차입자 간 1 대 1 계약으로 이뤄진다. 운용사의 가정과 모델에 따라 자산 가치가 결정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가격 지표 자체가 없다.

이 구조에서는 자산 가치가 훼손돼도 즉각 드러나지 않는다. 상장 자산은 가격 하락이 바로 반영되지만, 사모대출은 실제 매각이 이뤄지기 전까지 장부상 가치가 유지된다. 실제 가치가 떨어졌더라도 계속 ‘100’으로 기록될 수 있는 셈이다.
2. 이자 못 내도 정상 대출
사모대출 시장에서 현금 대신 이자를 부채로 전환하는 현물지급(PIK·payment-in-kind) 대출이 빠르게 확대되며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PIK는 차입 기업이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못할 경우 해당 이자를 원금에 더해 부채를 늘리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기업의 단기 유동성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활용되지만,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채만 누적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부도 위험에 직면해야 하지만, PIK를 활용하면 장부상으로는 여전히 ‘정상 대출’로 분류되는 착시가 발생한다.
3. 2차 시장이 없다
사모대출 시장에는 2차 시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장 주식이나 채권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거래소를 통해 언제든 매각할 수 있지만, 사모대출은 비공개 계약 기반으로 거래 상대방이 제한돼 있어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동시에 환매를 요구하더라도 자산을 즉시 현금화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일부 사모대출 펀드에서는 환매 요청이 늘어나자 환매를 제한하거나 지급을 지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4. 개인 돈까지 몰렸다
사모대출 시장이 기관투자가 중심에서 개인투자자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리스크의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프리킨에 따르면 전체 사모대출 운용자산(AUM) 중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을 기점으로 15% 선을 넘어섰다. 개인 자금은 기관투자가에 비해 시장 상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환매 요청도 빠르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블랙록의 사모대출 펀드 HPS 코퍼레이트 렌딩 펀드와 블랙스톤의 사모대출 펀드 BCRED 등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한 것도 개인투자자 영향이 컸다.
5. 돈줄이 말라간다
사모대출 시장은 외부 차입에 크게 의존하는 레버리지 구조 위에 있다. 사모대출 펀드는 자기자본만으로 운용되기보다 은행 혹은 보험사 자금을 활용해 추가 차입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투자 규모와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피치와 무디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펀드는 통상 자기자본 대비 1.2~1.5배 수준의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다. 수익률 극대화 전략을 쓰는 일부 펀드는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환경에서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대출에 투자하며 마진을 남겼다. 그러나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이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말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사모대출·펀드 대상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50%에서 4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며 자금줄을 죄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사모대출 차입자의 약 40%가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 상태에 있으며, 이는 펀드가 은행에 갚아야 할 현금이 부족해지는 ‘유동성 쇼크’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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