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매 중단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기시키는 사모대출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산물이다. 금융위기 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수요가 은행 밖으로 이동한 결과다.

사모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결제은행(BIS)이 바젤3 규제 등을 통해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했다. 은행은 비우량 기업에 대출할 경우 자기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등 제약이 많지만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사모대출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최근 사모대출이 급증한 것은 인공지능(AI) 분야 투자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UBS는 사모대출 포트폴리오의 약 25%가 AI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사모대출에 대한 투자자의 환매 요구가 크게 늘어난 것은 AI 과잉 투자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모대출이 투자한 기업들의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운용사들이 손실을 보고 자산가치를 상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회사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채담보부증권(CDO), 합성 CDO 등으로 구조화되면서 위기가 증폭된 데 비해 사모대출은 일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으로 파생됐지만 비중이 약 1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익스포저 역시 차이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의 손실 규모를 최대 4조1000억달러까지 추정한 반면, 사모대출 익스포저는 96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란 사태로 경기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사모대출 부실이 증가해 다른 시장으로 확산할 여지가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대출
은행이나 공모 채권시장을 통하지 않고, 소수 전문 투자자가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맞춤형 대출 방식. 최근 ‘AI 파괴론’이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사모대출 상품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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