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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증권·연기금 38兆 투자…개인투자자 손실 촉각

입력 2026-03-22 18:25   수정 2026-03-22 18:26


해외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블루아울 환매 중단 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사모대출 상품에서 자금을 빼는 사례가 급증해서다. 한국은 사모대출 시장의 큰손이다. 보험사, 증권사뿐 아니라 국민연금 등 연기금까지 이 상품에 투자했다. 사모대출 상품을 판매한 해외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유한책임투자자(LP)에 직접 전화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금융기관들 조단위 투자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를 통해 펀드 형태로 판매된 국내 사모대출 잔액은 약 17조원이다. 이는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자체 자금을 활용해 투자한 규모를 제외한 수치다. 한국투자증권(1조5000억원)과 보험사 투자까지 포함하면 금융사 투자 규모는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도 각각 10조8966억원(2025년), 6조4800억원(2024년)의 ‘조 단위’ 투자를 했다. 이를 더하면 전체 투자 규모가 38조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보험사와 증권사, 연기금 등 LP가 주축이 돼 사모대출 상품을 소화했다. 특히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사모대출은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자금을 직접 빌려주는 상품으로, 투자 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만기가 긴 상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22년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대체투자 펀드에 6억5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는 사모신용 투자를 전체 자산의 1~3%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사고가 줄줄이 터지면 보험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도 해외 사모대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꾸준한 배당을 원하는 고액 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사모대출 상품 15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자금으로 마련한 1조5000억원을 사모대출에 투자했다. IMA는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연 5~8%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개인투자자의 가입이 늘고 있다. 글로벌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인수금융 대출, 사모대출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하고 연 4% 이상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모신용 상품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현재 환매 중단이 발생한 자산운용사 펀드에는 투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펀드런’에 구조적 취약성 부각

블루아울 등 일부 펀드가 환매 제한을 선언한 후 국내에선 사모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사모대출 부도율이 최대 연 8%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경각심이 커진 배경으로 꼽힌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신규 자금 집행을 중단하고 기존 투자에 대한 리스크 점검에 나서는 등 보수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증권업계는 사모대출 운용사의 ‘펀드런’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사모대출이 포함된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의 취약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회사가 돈을 조금씩 나눠 한 기업에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사 한 곳이 필요한 자금을 전부 빌려주기 어려울 때 쓰인다.

문제는 참여한 곳 중 한 군데라도 자금 흐름이 막히면 전체 대출이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차환(롤오버) 때는 모든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일부 운용사가 펀드런을 겪으면 차환 절차가 중단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대출 운용사와 함께하는 딜은 일단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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