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거기 왜 네가 있니…나와서 엄마랑 같이 가자.”
22일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유족들의 눈물과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울음바다를 이뤘다. 아들의 비명횡사에 넋을 잃은 어머니, 남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정신을 잃은 아내 등 유족들을 보며 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연신 눈물을 삼켰다.

소방당국은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께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이후 불이 대부분 꺼진 밤 10시50분께부터 실종자 수색을 위해 건물 내부에 구조대원을 투입했다. 1시간여 뒤인 21일 0시20분께 2층 휴게실 복층 공간에서 사망자 9명을 찾았다. 이곳은 직원들이 휴게 시간에 낮잠 등을 청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같은 날 이어진 수색에서 붕괴 지점을 중점적으로 조사한 결과 남은 실종자 4명을 모두 발견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 약 28시간 만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14명, 중상자 25명, 경상자 35명 등 총 74명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참사가 건축물 무단 증축, 안전 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불이 난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과 화학 물질 취급 부주의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는 공장 1층에서 시작된 뒤 검은 연기와 불길이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이로 인해 대피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2층 휴게실 복층 공간은 건축 도면엔 없는 임의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층고가 높은 건물 내부에 자투리 공간을 조성해 사용한 결과 피난 동선이 제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향소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창문이 있었지만 건물 안의 창문이어서 뛰어내려도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평소에도 생산 환경이 안 좋았다”며 “화재경보기 오작동도 잦아 일부 직원은 화재 초기 기계 이상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불법 증축 의혹을 받는 휴게 장소에 직원들이 머물다가 탈출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내 물과 닿으면 폭발 위험이 커지는 101㎏ 규모의 금속 나트륨이 적재돼 있던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거론됐다. 금속 나트륨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할 때 금속 순도를 높이기 위한 제련 공정에서 냉각재로 사용된다. 소방당국은 폭발 가능성이 있는 금속 나트륨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에야 수색 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 공장 내부 환경도 불이 빠르게 확산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공장 내 절삭유를 비롯해 천장 등에 찌든 기름때가 많이 묻은 상태였다”며 “기름때뿐 아니라 집진 설비와 배관 등에 껴 있던 슬러지(찌꺼기)를 타고 불이 순식간에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주화 안전공업 대표는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아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사죄했다. 그는 ‘유족분들께 할 말 없냐’ ‘휴게 공간을 불법 증축한 게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유족들은 ‘불길이 급속히 번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화재 수습 과정에서 사업장 도면과 대장에 없는 공간이 발견됐고 불법 증개축이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밝혀졌다”며 “예방할 수 있었던 참사가 반복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전경찰청은 131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소방·노동당국과 합동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장 안팎의 CCTV를 확보하고 업체 관계자 16명을 조사했다. 23일부터 1차 현장 합동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화재 현장을 찾은 직후 SNS에 글을 올려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임호범 기자/김영리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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