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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 쓰는 K-POP 팬…서울을 중심으로 세계가 돈다"

입력 2026-03-22 17:59   수정 2026-03-23 00:15

“방탄소년단(BTS) 팬인 ‘아미(ARMY)’ 커뮤니티를 가보면 온라인 공간 속 기준 시각은 모두 대한민국 표준시(KST)에 맞춰져 있습니다. BTS를 중심으로 세계 시간이 움직이는 셈이죠. 아미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는데, 우리가 영어를 섞어 쓰는 것과 비슷한 ‘문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국내 1호 ‘방탄학(BTSology)’ 연구자인 이지영 한국외대 세미오시스연구센터 연구교수(사진)는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이 열렸던 서울 광화문에서 2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이 문화를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가 한국의 언어와 시간, 생활 방식을 따라오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의 상징적 장면이 바로 이번 광화문 공연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혀 다른 시간대에 사는 190여 개국 아미에게 동시 생중계되면서 광화문은 ‘해가 지지 않는 K컬처’의 상징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베르그송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예술철학자다. 원래 영화철학과 영화미학을 주로 연구했다. 2017년 BTS가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우연히 들은 것을 계기로 BTS를 처음 접했다. 그는 “미국 팝에 익숙하던 팝키즈 입장에서 한국 보이그룹이 이 상을 받은 건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이후 BTS의 음악과 가사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아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출간한 에서 방탄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BTS 음악의 메시지였다. BTS는 사랑 중심의 전형적인 아이돌 가사 대신 자기 성찰과 치유, 회복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담아냈다.

이 교수는 BTS의 글로벌 성공에는 아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아미는 중앙 조직 없이 SNS를 기반으로 팬 각자가 자발적으로 연결돼 ‘풀뿌리 네트워크’ 형태로 음원 스트리밍, 글로벌 소셜 투표, 음원 콘텐츠 확산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K팝 문화의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도 짚었다. 과거 K팝이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는 해외 팬이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직접 찾아오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는 “BTS의 음악과 메시지는 한국어와 문화를 그대로 경험하게 하는 힘이 있다”며 “한국은 더 이상 분단국가나 산업국가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매력적인 문화국가’로 재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BTS의 영향력은 과거 비틀스와 비교해도 절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비틀스가 영어권 내부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이었다면 BTS는 언어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선 사례”라며 “서구 주류 사회까지 BTS를 통해 비영어권 아시아 문화에 공감하고 소수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인식을 바꾸는 이른바 ‘소수자 되기’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은정진/사진=최혁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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