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아울의 환매 중단으로 촉발된 사모대출 위기가 국내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국내 금융회사와 연기금이 사들인 사모대출 상품은 최소 38조원어치에 달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를 통해 판매된 해외 사모대출 펀드 잔액은 약 17조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1조5000억원) 등 자체 투자분을 포함하면 전체 금융사 투자 규모는 2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기금의 투자 규모도 상당하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가 각각 10조8966억원(2025년), 6조4800억원(2024년)을 투자한 것을 합치면 38조원이 넘는 금액이 사모대출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루아울의 환매 중단으로 시작된 투자자 ‘패닉런’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스톤리지자산운용은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공지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요구한 금액의 11%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스톤리지 대체대출 리스크 프리미엄 펀드(LENDX)’는 핀테크 기업의 대출 등에 투자하는 사모대출 펀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잔액은 2015년 5000억달러에서 지난해 2조1000억달러(약 3142조원)로 급증했다. 블루아울캐피털, 클리프워터, 블랙록, 블랙스톤 등이 사모대출 시장을 확장했다.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과 보험사가 핵심 고객이다. 최근엔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도 사모대출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사모대출은 ‘그림자 금융’으로 성장했다. 대출 금리와 담보, 차입자 정보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 자산 가치도 운용사가 자체 평가해 부실이 즉각 드러나지 않는다. 업계에선 사모대출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 다른 자산을 매도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면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사모대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금융회사의 사모신용 익스포저(노출)는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월가의 혼란을 반면교사 삼아 비은행권 자산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동성 대응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균열이 국내 실물 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비은행권 금융 안정성을 점검할 방침이다.
'블루아울 사태' 후폭풍…금융당국 실태조사 착수

국내에서는 보험사와 증권사, 연기금 등 LP가 주축이 돼 사모대출 상품을 소화했다. 특히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사모대출은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자금을 직접 빌려주는 상품으로, 투자 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만기가 긴 상품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22년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대체투자 펀드에 6억5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기로 약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는 사모신용 투자를 전체 자산의 1~3%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사고가 줄줄이 터지면 보험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도 해외 사모대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꾸준한 배당을 원하는 고액 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사모대출 상품 15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자금으로 마련한 1조5000억원을 사모대출에 투자했다. IMA는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연 5~8%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개인투자자의 가입이 늘고 있다. 글로벌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인수금융 대출, 사모대출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게 일반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원금을 보장하고 연 4% 이상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모신용 상품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현재 환매 중단이 발생한 자산운용사 펀드에는 투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사모대출 운용사의 ‘펀드런’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사모대출이 포함된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의 취약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회사가 돈을 조금씩 나눠 한 기업에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사 한 곳이 필요한 자금을 전부 빌려주기 어려울 때 쓰인다.
문제는 참여한 곳 중 한 군데라도 자금 흐름이 막히면 전체 대출이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차환(롤오버) 때는 모든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일부 운용사가 펀드런을 겪으면 차환 절차가 중단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대출 운용사와 함께하는 딜은 일단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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