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2주 사이에만 여러 번 ‘노쇼’를 경험했다. 예약한 손님이 오지 않은 게 아니다. 면접을 거쳐 채용을 확정한 직원이 출근 당일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국민신문고 ‘공개 제안’을 통해 “구직활동 증빙용 문자를 받아 실업급여(구직급여)를 챙기려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주변 상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실업급여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를 중심으로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직 기간 재취업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보전한다는 취지와 달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 성실한 근로자와 소상공인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가 쓴 사례처럼 구직활동 증빙만으로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민 B씨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채우기 위한 반복 취업과 제도 취지에 반하는 소비 행태가 심각하다”며 “지급액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는 “지역화폐로 지급해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최소한 명품과 해외여행에 돈을 쓰는 행태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직활동과 무관한 지출을 억제하고 지역 경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화폐를 운용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아이디어를 중앙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집세 등 현금이 꼭 필요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반복 수급자 필터링’ 권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 C씨는 “근로자 동의하에 일정 기간 내 반복 수급 여부를 확인할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실업급여를 받을 목적으로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는 구직자에게 지친 자영업자들이 구인을 포기하고 ‘1인 운영’으로 전환해 고용이 위축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를 5년간 3회 이상 받은 반복 수급자는 2021년 10만491명에서 2024년 11만2823명으로 늘었다.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는 2020년 170만3000명에서 2025년 172만2000명으로, 같은 기간 지급액은 11조8560억원에서 12조2851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소액의 소득만 있어도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제도가 구직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제안자 D씨는 “공익형 일자리에 참여해 하루 1~3시간, 월 약 30만원의 활동비만 받아도 ‘취업’으로 간주해 실업급여 지급이 전면 중단된다”며 “일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무 등은 할 수 있지만 근로일에 대해선 실업급여 수당이 전액 지급되지 않는다.
다른 한 시민은 “알바와 단기 취업 활동은 정규직 취업으로 진입하기 위한 초기 단계”라며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는 구직 활동을 촉진한다는 고용보험 제도의 본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일정 소득이 있어도 수급 자격을 유지해준다”며 실업급여에도 ‘부분소득 허용 조항’ 신설을 촉구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시민의 제안은 실업급여가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노동시장 복귀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공통된 지향점을 보여준다”며 “부정 수급을 차단하는 행정의 촘촘한 관리와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제도 설계를 통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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