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루키였던 김효주에게는 ‘천재소녀’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하고 LPGA투어 정식 회원으로 나선 지 세번째 대회만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면서다. 전년도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 이어 파운더스컵에서도 당돌하고 패기있는 플레이에 감각적인 쇼트게임으로 LPGA투어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로부터 11년, 김효주는 투어 통산 7승의 노련한 승부사로 같은 무대에 섰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샤론하이츠CC(파72)에서 열린 포티넷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전반에만 버디 5개를 몰아친 세계 랭킹 2위 넬리 코다(미국)를 1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8승에 성공했다. 특유의 재치있는 쇼트게임, 여기에 단단하고 묵직한 멘털로 4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켜 만들어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약 6억7000만 원)다.
위기마다 김효주를 구한 것은 완벽한 쇼트게임이었다. 13번 홀(파3)에서 그린 주위 칩샷이 깃대를 맞고 멈춰 서는 행운으로 파 세이브로 고비를 넘겼다. 1타 차 박빙이던 17번 홀(파3)에서는 그림 같은 어프로치 샷으로 위기를 넘겼다. 8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 깊은 러프에 박혔다. 반면 코다는 온 그린으로 버디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김효주는 완벽한 어프로치로 공을 핀 75cm에 붙였다. 공이 홀을 스치며 칩인까지 가능해보였기에 코다의 기세를 누르기에 완벽한 파 세이브였다. 반면 코다는 이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2타 차이로 우승에서 멀어졌다.
치열한 승부의 순간에도 김효주는 골프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실 LPGA 선수들 중 코다의 스윙을 가장 좋아한다”며 “오늘 영상이 아닌 실물로 직접 옆에서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여자골프의 르네상스’를 알린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크게 줄어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직전 대회였던 블루베이 LPGA(이미향)에 이어 이번에 김효주가 우승하면서 한국 선수가 2개 대회 연속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김세영과 임진희가 공동 3위(11언더파), 유해란이 공동 5위(10언더파)에 오르며 톱5에 4명의 한국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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