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일 기준 서울 지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47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고가격제 시행 전날인 지난 12일 L당 1927원 대비 80원 떨어진 것으로 하락률은 4.11%를 기록했다.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둬 유가 안정을 꾀하는 조치다. 휘발유와 경유 등의 소비자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강력한 시장 개입이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용산구로 나타났다. 용산구의 휘발유 가격은 기존 L당 2124원에서 22일 1950원으로 8.2% 떨어졌다. 이어 중구가 7.68%로 하락률 2위에 올랐고 영등포구(5.39%), 은평구(5.09%), 도봉구(5.02%)가 뒤를 이었다. 성동구의 하락률은 2.26%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았다. 열흘 새 L당 1928원에서 1885원으로 43원 떨어졌다. 서대문구(2.48%), 동작구(2.80%), 강동구(2.92%) 등도 서울 평균 대비 하락률이 현저히 낮았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자치구별로 하락률이 최고 네 배 차이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편에 속하는 강남구(3.47%), 서초구(3.22%), 송파구(3.49%) 등 ‘강남 3구’는 평균 하락률을 밑도는 3%대에 머물렀다.
성동구 또한 성수동 등 ‘핫플’(인기 명소)이 많고 한강변이어서 부동산 임차료가 비싼 까닭에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면이 있다. 용산구는 기존 비싼 휘발유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가격을 내린 휘발유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치구별 현장 지도 단속 의지도 영향을 미쳤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가격만 제한할 뿐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은 자율로 결정한다. 자치구가 주유소 가격을 낮추도록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가격 표시제 준수 여부와 품질 검사 등을 통해 현장 지도를 강화한다면 강력한 제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마포구는 박강수 청장이 ‘비상경제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효과를 보고 있다. 이 기간 마포구의 휘발유 가격 하락률은 4.22%로 서울시 평균을 웃돌았다.
지역별 주유소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의외로’ 가격이 높은 자치구도 있었다. 종로구는 서울에서 주택 가격이 최고 수준이 아닌데도 L당 평균 가격이 2046원으로 가장 비쌌다. 종로구는 전통적으로 법인 고객이 많아 휘발유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떨어지는 데다 주유소도 적어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종로구의 주유소는 서울 전체(408개)의 1.7%인 7개에 불과하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고 주유소가 많은 도봉구(1792원), 금천구(1799원), 강북구(1802원) 등은 휘발유 가격이 1800원 안팎으로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반복적으로 민원이 제기되거나 인근 주유소 대비 과도하게 가격이 높은 주유소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격이 높은 주유소는 가격 표시를 제대로 하는지, 재고 물량에 대한 장부 관리를 똑바로 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위반 사례가 있으면 경고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고가격제 시행 직전인 9일 국내 유가 상승과 관련해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은 엄단해야 한다”며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사재기 등 불법 행위는 철저하게 단속하고 위반할 경우 엄정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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