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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언제 끝날지 몰라"…정부 개입만 기다리는 시장

입력 2026-03-23 17:31   수정 2026-03-24 02:26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중동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짙어지며 저가 매수세가 실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극도의 위험회피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섣부르게 개입했다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실탄’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에 쉽사리 개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 매수세 실종된 채권시장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207%포인트 뛰었다. 2023년 10월 4일(0.224%포인트) 후 2년6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조1000억원 규모의 입찰까지 겹치며 0.216%포인트 급등했다.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이 재차 커지며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시장을 짓눌렀다.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봉쇄할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최근 영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모두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로 선회하며 한국은행 역시 긴축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짙어졌다.

정부가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다음달 1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장 국채 발행은 없다고 했지만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경을 시작한다면 하반기엔 더 큰 규모의 추경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A증권사 채권 딜러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기준금리가 빠르게 급등한 데 대한 트라우마가 시장에 남아 있다”며 “향후 1년간 네 번 이상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금리에 녹아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가 한은 총재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하면서 채권 금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수출업체 달러 매도세도 줄어
은행·증권 채권 딜러들은 리스크 관리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 결과를 쉽사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B증권사 채권 딜러는 “최대한 채권 포지션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6.7원 오른 1517.3원을 기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500원 선에선 수출업체의 매도 물량이 꽤 출회됐지만 1510원이 넘어가면서 추가 상승 우려 때문에 업체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 ‘48시간’ 이후를 주목하는 정부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 지원책만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정부도 시장에 개입하기엔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미 시장금리는 지난 9일 한은이 국고채 3조원 매입을 발표할 당시 금리(3년 만기·연 3.420%)를 훌쩍 넘겼지만 재정경제부와 한은은 이날도 외환·채권시장에 대한 관망을 이어갔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원화와 국고채 가치가 나란히 흔들리고 있는 만큼 개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외환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섣부른 개입에 나설 경우 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실탄만 낭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48시간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들을 초토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오전 8시44분께 입장을 내놓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데드라인’은 24일 오전 9시께가 될 전망이다. 이후 미국의 이란 발전소 타격이 이어질 경우 시장 변동성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수 있다. 24일 이후 미국의 움직임과 시장 변동 상황을 주시한 뒤 당국이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성미/김익환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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