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이 재차 커지며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시장을 짓눌렀다.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봉쇄할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최근 영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모두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로 선회하며 한국은행 역시 긴축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짙어졌다.정부가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다음달 1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장 국채 발행은 없다고 했지만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추경을 시작한다면 하반기엔 더 큰 규모의 추경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A증권사 채권 딜러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기준금리가 빠르게 급등한 데 대한 트라우마가 시장에 남아 있다”며 “향후 1년간 네 번 이상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금리에 녹아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가 한은 총재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하면서 채권 금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6.7원 오른 1517.3원을 기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500원 선에선 수출업체의 매도 물량이 꽤 출회됐지만 1510원이 넘어가면서 추가 상승 우려 때문에 업체들도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원화와 국고채 가치가 나란히 흔들리고 있는 만큼 개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외환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 섣부른 개입에 나설 경우 시장 안정화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실탄만 낭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48시간 안에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들을 초토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오전 8시44분께 입장을 내놓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데드라인’은 24일 오전 9시께가 될 전망이다. 이후 미국의 이란 발전소 타격이 이어질 경우 시장 변동성은 걷잡을 수 없이 더 커질 수 있다. 24일 이후 미국의 움직임과 시장 변동 상황을 주시한 뒤 당국이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성미/김익환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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