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놓치면 아들이 2002년 월드컵 때의 제 추억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서요.”26만 명이 몰릴 수 있다는 경찰의 경고에도, 기자의 지인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에 가겠다고 했다. 사회적 유대와 자본이 사라진 한국에서 자라나는 아들에게 구성원 공동의 기억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얘기였다. 아미(ARMY)든 아니든, 국가대표라고 할 수 있을 BTS를 통해 이날 2002년 월드컵 때 느낀 감동을 공유해보고자 한 것이다. 서울시가 사회 구성원의 불편을 감수하고 BTS와 넷플릭스에 광장을 흔쾌히 열어준 이유이기도 하다.
막상 공연이 끝나니 이런 기대와 다른 아쉬운 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우선 26만 명이란 예상과 달리 8만 명 정도가 광장에 모였다. 그나마도 4만 명대에서 하루 만에 경찰 발표가 달라진 수치다. 지나친 현장 통제 때문이다. 자긍심 넘치는 축제를 기대하고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무브’(이동하라)를 외치는 경찰 목소리와 호루라기 소리만 듣고 왔다”고 성토하고 있다.
약간의 밀집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회전 초밥식’ 현장 통제 탓에 티켓이 없는 시민은 무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 이전에 차량 통제와 지하철 무정차도 시민 접근성을 악화시키고 불편을 키웠다. 우리에게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있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광장은 왜 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장에 가지 못한 국민은 이번 ‘국가적 행사’를 온전히 즐겼을까.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1500만 명이다. 돈을 내지 않은 나머지 3500만 명은 넷플릭스 독점 생중계로 남의 글로만 분위기를 읽어야 했다. 넷플릭스는 아직도 국내 통신 3사에 망 사용 대가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연을 위해 적지 않은 통신 인프라를 지원한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공연 직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았다”고 푸념했다. 이번 BTS 공연은 전 세계 77개국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22일 기준)에 올랐다.
1시간에 불과한 공연 시간 또한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을 온전히 내준 것치곤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인기 스타가 된 싸이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비슷한 공연을 열었을 땐 KBS와 유튜브가 동시 중계했다. 그럼에도 10만 명이 몰려들어 잔치를 즐겼다. 공연 직후 첫 거래일인 23일 하이브 주가는 15.55% 빠졌다.
우리는 왜 아쉬워하고 실망했을까. 곱씹어 보면, 사회 구성원들은 ‘전체의 축제’를 기대하고 광화문을 내줬다. 하지만 돌아온 건 소수 상업적 주체의 이익과 시민 불편이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