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중동 사태로 연료비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한국전력이 원가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재무 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분기당 ‘±5원’으로 정해진 전기료 조정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23일 “2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단기적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조정요금의 기준이 바로 연료비 조정단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종합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한다.
문제는 시차다. 한전에 따르면 작년 12월~올해 2월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2분기 요금은 ㎾h당 11.2원 낮춰야 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3월부터 연료비가 급등해 2분기 요금을 인하하면 3분기에 최근의 가격 급등분을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정부는 118조원에 달하는 한전 부채와 향후 연료비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조정단가를 상한선인 ㎾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분기당 요금 조정폭이 ±5원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3분기 요금을 선반영해 원래대로라면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할 2분기 요금을 동결(+5원)한 것이다. 2021년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분기별 조정폭이 ±5원으로 제한된 탓에 원가 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부담을 한전이 오롯이 짊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글로벌 연료비 급등기인 2022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줄곧 상한선인 +5원을 적용하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5원의 제한폭이 너무 좁을 뿐 아니라 분기 단위 조정에 따른 시차로 인해 가격 신호가 왜곡된다”며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공공요금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해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을 동결한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 한전이 러·우 사태 당시와 비슷한 역마진을 낼 것으로 우려한다. 2022년 전쟁 당시 전력도매가격(SMP)이 ㎾h당 196.7원까지 치솟았지만, 평균 판매단가는 120.5원에 그쳤다. 그해 한전은 33조9000억원 적자를 냈다. 2021년 68조5000억원이던 부채는 2023년 12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평균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한전은 2024년 흑자 전환(3조2000억원 이익)에 성공했지만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3년간 산업용 요금을 80%가량 올리는 동안 주택용 요금은 제한적으로 조정하면서 요금 구조 왜곡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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