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는 트리삭티 인수 이후 현지 생산시설을 발판 삼아 인도네시아 시장을 파고들었다. 굵고 독한 정향 담배가 주류이던 현지 시장에서 향과 캡슐을 더한 얇은 프리미엄 담배 ‘에쎄’로 차별화를 꾀했다. 가격보다 취향과 세련된 이미지를 중시하는 소비층을 공략했다. 세계 각국에서의 이런 현지화 전략을 통해 에쎄는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리는 수출형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CJ의 비비고 만두, 농심의 신라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이어 수출 주역으로 떠올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말보로(필립모리스) 던힐(BAT) 등 외국 담배가 한국 시장에 밀려들던 1990년대 초. 한국담배인삼공사(KT&G)는 외국 담배와의 정면 승부 대신 틈새 공략을 택했다. 굵고 독한 담배가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가늘고 세련된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1996년 11월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에쎄다. 에쎄의 틈새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KT&G는 이후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슬림 담배에 캡슐을 적용한 ‘에쎄 시리즈’를 선보여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켰다. 필터를 눌러 맛과 향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이다.
KT&G는 제품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키워드는 현지화다. KT&G는 각국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품군을 세분화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정향을 섞은 현지 전통 담배를 차용했다.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는 향 캡슐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얇은 형태에 향 전환 기능을 결합한 제품에 각국 젊은 층은 열광했다. 가격 전략도 주효했다. 저가 경쟁 대신 ‘비싸지만 세련된 제품’이라는 포지셔닝을 택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KT&G는 최근 해외 조직도 재편했다. 아시아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유라시아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3개 사내독립기업 체제를 운용하고 있다. 권역별로 현지 수요 변화에 맞춰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생산거점 확대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기지가 늘어나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별 수요 변화에도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성 방어에도 유리한 구조다. KT&G는 지난해 말 튀르키예 공장 증설을 마쳤고, 카자흐스탄 신공장도 준공했다. 인도네시아 신공장은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에쎄의 성과가 일시적 수출 호조를 넘어 KT&G 해외 사업의 구조적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K담배가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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