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전격적으로 협상에 나선 것은 중동 전쟁 장기화를 원치 않는 양측 입장이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은 정밀 폭격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란의 결사 항전으로 전쟁은 미국의 예상과 달리 장기화했다. 이란도 세계 최강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이스라엘에 항전하는 과정에서 단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누적됐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은 수면 아래에서 종전을 모색하는 회담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스라엘타임스에 따르면 이집트, 튀르키예, 파키스탄 외교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 및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대화 채널을 이어가며 호르무즈해협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전쟁 종식에 관한 대화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스라엘과도 보조를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전쟁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의 대화 내용을 이스라엘과 공유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황은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재래식 무기와 드론 전력을 갖춘 이란은 미국과 동맹 관계인 걸프 국가의 주요 기반시설을 공격하며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결정적인 장면으로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꼽힌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70% 이상이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자 원유를 포함한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들썩였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는 자국민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란과의 조기 종전 대화가 시급하다.
공격을 받은 이란 역시 결사 항전을 얘기했지만, 피해가 쌓였다. 최고지도자와 정부, 혁명수비대 주요 고위 인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사망한 하메네이에 이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종전 조건으로 대이란 공격 재발 방지 약속, 전쟁 배상금 등을 요구해온 이란의 후속 대응이 당면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이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어떤 대화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부인했다. 이란 정권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양측이 협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황정수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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