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는 겁쟁이" 트럼프 조롱에…유럽, '미국 없는 생존' 선언하나? [HK영상]

입력 2026-03-24 16:44   수정 2026-03-24 17:04

24일(현지시간) 호주 의회 합동연설 무대에 오른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사상 최초로 호주 의회 합동연설에 나선 여성 지도자라는 타이틀보다 더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그의 입에서 나온 '구시대 질서(old-world order)와의 결별' 선언이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철저한 '돈로주의(거래주의)' 외교와 나토(NATO) 동맹국을 향한 "겁쟁이" 비난에 직면한 유럽이 마침내 '미국이 주도하던 낡은 동맹의 환상'에서 깨어났음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변덕과 이란의 도발…각자도생에 내몰린 유럽
현재 유럽이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최근 이란은 걸프 해역에서 비무장 상선과 석유·가스 등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하며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가스와 석유 가격이 폭등하고 유럽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믿었던 '안보 우산' 미국은 철저히 자국 중심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력망 폭격 위협을 가하다가 정체불명의 이란 관리들과의 '생산적 대화'를 이유로 돌연 폭격을 연기했다.(이란은 이튿날 즉각 협상 사실을 부인) 안보를 돈으로 환산하며 동맹을 폄하하는 미국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 앞에서, 유럽은 더 이상 미국의 뒤치다꺼리만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이제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 적대 행위를 종식시켜야 할 때"라며 독자적인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항행의 자유는 국제법의 근본 원칙"이라며 이란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군사적 확전보다는 협상을 통한 실리적 위기 수습에 방점을 찍었다.
◆"의존성은 무기가 된다"…중국 끊어내고 호주 손잡은 EU
유럽의 '지정학적 각성'은 안보를 넘어 경제와 자원 공급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 새로운 세계가 우리에게 보여준 또 다른 현실은 의존성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목줄을 잡혔던 뼈아픈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타깃은 명확히 중국을 향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과 산업 과잉 생산 능력을 감당할 수 없으며, 감당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의 안보 비용 청구서'와 '중국의 자원 무기화'라는 양면 압박 속에서 유럽이 찾은 돌파구는 바로 호주다. 이날 EU와 호주는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특정 공급업체(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끊어내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국가와 직접 공급망을 구축하는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다.
◆영리하고 빠른 선택, '신(新) 현실주의' 유럽의 탄생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더 빠르고 현명한(sooner and smarter)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의 이 발언은 현재 유럽의 스탠스를 가장 정확히 대변한다. 유럽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원칙만 부르짖는 순진한 파수꾼으로 남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돈로주의'가 유럽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듯 보였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유럽이 스스로 자원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지정학적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2026년 3월, 동맹의 청구서가 날아드는 시대에 유럽은 굴욕을 견디는 대신 '독자 생존'이라는 영리한 진화를 택했다.
◆"거래 대신 신뢰"…EU-호주, 관세 장벽 허물고 14조 원대 '경제·안보 동맹' 밀착
유럽의 이러한 '독자 생존' 전략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경제적, 안보적 실리로 증명됐다. 이날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과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는 8년간의 지난한 협상 끝에 양측의 관세 장벽을 허무는 역사적인 자유무역협정(FTA)과 새로운 '안보·국방 파트너십'을 전격 체결했다.

특히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동시에 직격했다. 그는 "강대국들이 관세를 지렛대로 삼고 공급망을 약점으로 악용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열린 무역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거래(Transactions)보다 신뢰(Trust)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보를 돈으로 환산하는 트럼프의 '돈로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규칙에 기반한 예측 가능한 파트너십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번 협정을 통해 양측이 얻는 '윈윈(Win-Win)'의 이득은 천문학적이다. 호주는 4억 5천만 명의 거대 유럽 시장에 산업용 상품을 무관세로 수출하게 된다. 알바니스 총리는 "이 협정은 호주 경제에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의 가치가 있으며, 세계 2위 경제 대국과 맺은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환영했다.

유럽 역시 확실한 실리를 챙겼다. EU 수출업체와 농가들은 연간 10억 유로(약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관세를 절감하게 되며, 호주로의 수출은 향후 10년간 3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국가(중국)에 치우쳤던 수출입 공급망을 성공적으로 다변화한 셈이다.

더 나아가 양측은 무역을 넘어선 '안보·국방 파트너십'까지 맺었다.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글로벌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공유와 대테러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우산이 흔들리고 중동의 화약고가 터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유럽과 호주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관세'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거대한 동맹의 축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영석 한경디지털랩 PD youngston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호르무즈보스턴다이나믹스삼성전자다크소드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