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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부터 이란 전략 구상해 온 트럼프…'위협하면 물러날 것' 맹신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3-24 17:47   수정 2026-03-24 18:01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진행 여부를 놓고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면서 발전소 등에 대한 폭격을 5일 미루겠다고 밝혔지만, 이란에서 즉각 부인하는 발언들이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종전 가능성에 반색했던 시장은 이란 측의 반응이 강경하자 다시 움츠러들었다.
①사전 협상 있었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공항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이란 최고위급 인사와 전날 저녁까지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핵무기 포기를 비롯해 이란과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이) 직접 가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수거해 올 것”이라고도 했다. “이스라엘이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액시오스 등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협상 창구라고 보도했지만, 갈리바프 의장은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는 데 이용되는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한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측이 갈리바프 의장과 회동을 요청했으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파르스 통신 또한 앞서 미국과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회담설을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에 “우방국들로부터 종식을 위한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나 실제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는 아니지만 양측이 주요국의 중재로 간접적으로 소통한 정황은 분명하다. 이란 외무부도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튀르키예·파키스탄 외무장관들이 지난 1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이란 전쟁의 외교적 해법을 논의했으며, 이들의 개입으로 ‘48시간 후 발전소 폭격’ 입장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②앞으로 협상 프로세스는
미국이 현재 이란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접촉하려 하고 있다. 대화 창구로 지목된 갈리바프 의장은 IRGC에서 경력을 쌓은 강경파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등 행정부 라인은 IRGC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번 전쟁 과정에서 드러냈다. IRGC 측과 접촉해야만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 핵무기 개발 포기 등의 핵심 이슈에서 진전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 정책 프로그램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연구원은 그가 이란의 정치 지도부와 강경파를 설득하여 협상안을 수용하게 만들 수 있는, 몇 안 남은 고위 관리 중 한 명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협상이 진행된다면 중재국을 통해 제3지대에서 양측이 접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지난 2월까지 협상이 진행된 방식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한 당국자 등은 로이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그리고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이번 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당국자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튀르키예도 잠재적인 협상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한 미국 관계자는 WSJ에 “위트코프 특사가 파견되겠지만, 만약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면 밴스 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③양쪽 협상 조건은 무엇인가
관건은 양측의 이해관계를 맞출 수 있느냐다. 미국 측은 완전한 핵무기 개발 포기, 우라늄 농축 포기, 역내 국가들과 군축조약 체결,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 역내 대리세력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 등을 원한다.

미국 측이 파악한 이란의 비공식 협상안은 상당히 유연한 입장이 반영돼 있다. 5년간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 수준을 낮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잔여 원심분리기 사찰, 대리 세력 지원 중단 가능성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6일 자신이 참석했던 마지막 협상에서 이란 측이 “놀라운 수준”의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이란이 상당한 양보를 할 의사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달릴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이 생산적이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란에 “매우 중대한 형태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국민들에게 ‘완전한 굴복’으로 비칠 내용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 측의 요구 역시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에 다시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완전한 안전 보장, 호르무즈 해협을 향후 이란의 통제 아래 두는 새로운 해양 질서 구축, 중동 전역 미군 기지 폐쇄, 이란이 전쟁 중 입은 피해에 상응한 금전 배상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④트럼프 발언 신뢰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냉·온탕을 오가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전략의 부재일 수도 있지만 특유의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처음 도전하던 1980년대 후반에도 이란 문제에 대해 지금과 똑같은 접근법을 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라크 전쟁이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비용을 미국이 대고 있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란의 유전을 점령해야 하며, 하르그 섬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직접 가서 점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40년 전부터 그가 이란 정권과 이란 원유를 미국 통제 하에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비용을 동맹 등에 부담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가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한 위협과 온건한 협상 제안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전략이 효율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CNN은 이란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전략인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수위를 조절했던 관세전쟁 때와 달리 전쟁은 상대방도 그 결정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란 전쟁이 조기에 조속히 끝날 것이라는 잘못된 위안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⑤협상 선언해 놓고 美 파병 규모 늘리는 이유는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본격적인 작전을 앞둔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제82공수사단 전투여단과 지휘부 일부 투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약 3000여명 여단 규모로 전 세계 어디든 18시간 내 배치가 가능하며, 중동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긴급 배치된 전력이 있는 부대다.

투입될 경우 이들은 이란이 감추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확보, 이란 원유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 점령,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위한 작전 등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일미군기지에서 출발해 며칠 내로 중동에 도착하는 제31해병원정대(MEU) 약 2500명이 하르그 섬을 공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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