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란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액시오스 등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협상 창구라고 보도했지만, 갈리바프 의장은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는 데 이용되는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한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측이 갈리바프 의장과 회동을 요청했으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파르스 통신 또한 앞서 미국과의 직접적 혹은 간접적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회담설을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 국영 통신사 IRNA에 “우방국들로부터 종식을 위한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나 실제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는 아니지만 양측이 주요국의 중재로 간접적으로 소통한 정황은 분명하다. 이란 외무부도 중재국을 통해 미국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튀르키예·파키스탄 외무장관들이 지난 19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이란 전쟁의 외교적 해법을 논의했으며, 이들의 개입으로 ‘48시간 후 발전소 폭격’ 입장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협상이 진행된다면 중재국을 통해 제3지대에서 양측이 접촉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지난 2월까지 협상이 진행된 방식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한 당국자 등은 로이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그리고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이번 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당국자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튀르키예도 잠재적인 협상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한 미국 관계자는 WSJ에 “위트코프 특사가 파견되겠지만, 만약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면 밴스 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측이 파악한 이란의 비공식 협상안은 상당히 유연한 입장이 반영돼 있다. 5년간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 수준을 낮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잔여 원심분리기 사찰, 대리 세력 지원 중단 가능성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조너선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6일 자신이 참석했던 마지막 협상에서 이란 측이 “놀라운 수준”의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이란이 상당한 양보를 할 의사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행선을 달릴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상이 생산적이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란에 “매우 중대한 형태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국민들에게 ‘완전한 굴복’으로 비칠 내용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 측의 요구 역시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에 다시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완전한 안전 보장, 호르무즈 해협을 향후 이란의 통제 아래 두는 새로운 해양 질서 구축, 중동 전역 미군 기지 폐쇄, 이란이 전쟁 중 입은 피해에 상응한 금전 배상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라크 전쟁이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비용을 미국이 대고 있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란의 유전을 점령해야 하며, 하르그 섬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직접 가서 점령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40년 전부터 그가 이란 정권과 이란 원유를 미국 통제 하에 두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비용을 동맹 등에 부담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가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한 위협과 온건한 협상 제안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전략이 효율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CNN은 이란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전략인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선다)’ 행보를 보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수위를 조절했던 관세전쟁 때와 달리 전쟁은 상대방도 그 결정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이란 전쟁이 조기에 조속히 끝날 것이라는 잘못된 위안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투입될 경우 이들은 이란이 감추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 확보, 이란 원유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 점령,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위한 작전 등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일미군기지에서 출발해 며칠 내로 중동에 도착하는 제31해병원정대(MEU) 약 2500명이 하르그 섬을 공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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