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韓, 가장 적대적 국가로 공인…핵 무력 지속 확대"

입력 2026-03-24 18:02   수정 2026-03-25 01:4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기조를 기존 ‘적대적 두 국가’를 넘어 ‘가장 적대적 국가’로 바꿨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날 열린 제15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그는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철저히 배척하겠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다지며 적대세력들의 온갖 책동을 부숴버리기 위한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명시해 헌법을 개정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고 영토·영공·영해 관련 조항도 신설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해 10월 헌법을 개정했지만 대남 관련 변경 사항이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헌법 개정이 완료된 것으로 추정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수령의 공인은 국가 규범의 개정을 뜻한다”며 “한국을 명실상부한 ‘교전 중인 타국’으로 헌법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나 언제나 공격 가능한 적대적 실체로 공식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2인자 자리에 오른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헌법을 혁명의 새로운 발전 단계 요구에 맞게 수정한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시기의 낡은 외교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술과 대외활동 방식을 구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북 대화 등 정세 변화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적 유연성’을 남겨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이번 시정연설에서 핵무력 확대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적들의 감언이설을 배격하고 핵 보유를 되돌릴 수 없게 영구화한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결단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오늘날 세계 정세가 엄연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무기 고도화가 옳았다는 것을 장황하게 설명했다”며 “이란 및 베네수엘라 사태가 김정은에게 적잖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정은의 시정연설에 대해 “적대적 언사가 지속되는 것은 평화 공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긴 시야를 갖고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성/김형규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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