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 제거로 '7억' 보험금 수령했는데…대법 "확정판결 뒤집을 수 없어"

입력 2026-03-25 08:29   수정 2026-03-25 08:42

보험사가 이미 패소한 보험계약 무효 여부를 다시 다투려 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기존 판결로 확정된 사안은 새로운 증거나 법적 주장만으로 다시 뒤집을 수 없다는 '기판력'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보험사가 가입자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관련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이 사건은 보험 가입자가 티눈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수천 차례 받은 뒤 질병수술비를 청구해 약 7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하면서 시작됐다. 보험사는 가입자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해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에도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이어지자 보험사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지됐으므로 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가입자는 오히려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을 달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2심은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이전 소송 이후 추가로 드러난 사정을 근거로 계약 무효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이 있는 사안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없다"며 "변론종결 이후 새로 발생한 사정이라 하더라도 기존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증거나 새로운 법적 평가에 불과하다면 기판력을 깨는 새로운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법률행위의 무효 여부는 계약이 체결된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후 드러난 사정만으로 기존 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서 보험사가 주장한 '추가 사정' 역시 계약 당시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자료에 불과할 뿐, 기존 판결과 모순되는 새로운 사실관계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보험사가 계약 무효를 다시 주장한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다.

이번 판결은 보험 분쟁뿐 아니라 민사소송 전반에서 확정판결의 효력을 엄격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미 결론이 난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증거를 보강하거나 법리를 달리 주장하는 방식으로 재소송을 반복하는 것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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