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 붐' 온다" 호언장담하더니…줄줄이 '비상'

입력 2026-03-25 16:36   수정 2026-03-25 16:4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충격파가 세계 경제로 확산하고 있다. 중동 불안으로 글로벌 기업 활동이 위축됐다는 신호가 감지됐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수급 대란은 세계 각국의 공통 고민거리가 됐다. 연료비 상승이 하반기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P글로벌 “美 스태그플레이션 징조”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치솟은 유가가 각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이 지표는 50을 상회하면 경기 확대를, 밑돌 경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3월 종합 PMI는 전월보다 0.5 하락한 51.4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있었던 지난해 4월(50.6)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란 전쟁으로 원유를 포함한 각종 원재료 가격이 뛰자 기업 활동이 둔화한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유로존 종합 PMI는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50.5에 그쳤고 영국은 기업 활동이 6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일본 종합 PMI는 전월 53.9에서 이달 52.5로 하락했고 인도의 경우 2022년 10월 이후 최저점(56.5)을 찍었다.

크리스 윌리엄스 S&P글로벌 분석가는 “3월 PMI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달갑지 않은 조합을 보여줬다”며 “기업들은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생활비 상승으로 수요가 감소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印 영화 개봉 미루고 伊와인업계도 휘청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20%가량을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대란 여파는 곳곳에서 관찰된다. 특히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와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약 10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초대작 영화 ‘톡식’의 개봉이 이달에서 6월로 연기됐다. 중동지역 극장 관객이 급감해 기존 일정대로 개봉하면 손실이 예상돼서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이 막혀 취사 및 난방용 가스가 동나자 현지 식당과 호텔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화장시설 운영을 중단한 지역마저 생겼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의 와인 업계는 농기계와 공장 가동에 쓰이는 디젤 가격이 60% 폭등하면서 포도 재배, 와인 제조 과정의 각종 투입비용이 치솟았다. 와엘 사완 쉘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부족 직격탄은 남아시아가 가장 먼저 맞았고 이후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로 확산했다”며 “이 여파는 다음 달이면 유럽까지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유럽 국가보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며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을 선점하고 있다”며 “유럽이 엄청난 가격 충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도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소매가는 갤런당 3.97달러로 전쟁 발발 이후 33% 올랐다. 각종 환경 규제로 정유 설비 용량이 부족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휘발유 평균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1.84달러 높은 5.82달러에 달했다. 디젤 가격은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인 7.018달러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대비해 운전을 최소화하고, 해가 지기 전까지 실내 조명을 켜지 않으며 이웃의 코스트코 멤버십을 빌려 주유 할인을 받는 등 각종 지출 축소 노력 사례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대국민 연설에서 “전례 없는 경제 붐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질 위기에 처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세금 환급 확대 조처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지젤라 영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이 3∼4개월 지속되면 가계의 연료비 지출이 그만큼 늘어나 해당 혜택의 상당 부분 혹은 전부가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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