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3월 24일자 A1, 11면 참조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자사주 12조원어치를 소각한 지 한 달 만에 신주 발행에 나서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한국보다 자본과 유동성이 풍부한 ‘메이저리그’인 미국에 SK하이닉스가 상장하면 기업 가치가 크게 오르는 긍정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주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상장 방식이 자사주 신규 매입이 아니라 신주 발행이라는 점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애초 자사주(2.4%)로 ADR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달 9일 자사주 12조2400억원어치(2.1%)를 소각했다. 이날 종목토론방에선 “신주가 발행되면 사실상 유상증자처럼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민간단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반대 논평을 내고 “주주 이익 보호라는 개정 상법의 정신에 따라 신주 발행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ADR 상장을 대체로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기적인 주식 가치 희석보다 미국 상장을 통한 밸류에이션 재평가 효과가 더 클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 근거로 드는 게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회사인 TSMC다. TSMC는 1994년 대만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인 1997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ADR 형태로 입성했다. 이후 글로벌 반도체 호황을 맞으며 해외 자본을 빨아들였다.
25일 기준 TSMC의 시총 1조4900억달러(약 2234조원) 중 ADR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약 447조원)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0.10배, 24.15배로 SK하이닉스(5.70배, 5.32배)를 압도한다. SK하이닉스도 TSMC처럼 ‘큰물’로 가면 몸값을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도 “장외시장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SK하이닉스에 간접 투자하던 미국 투자자들이 훨씬 쉽게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이크론보다 저평가된 SK하이닉스에 자금이 일부 이동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중장기적 투자를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정적 현금 흐름에도 자사주를 추가 매입하지 않고 신주를 발행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4조9423억원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 계획에 대해선 “전체 HBM 출하량 목표는 변동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선아/박주연/원종환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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