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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에너지 안보에 이어 식량 안보도 위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가 길어지면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0%를 차지해온 중동산 질소 비료 등 농작물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 공급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반구 지역은 봄 파종과 작물의 초기 생육기인 3월과 4월 비료가 필요한 시기에 발생한 비료 공급 타격으로 올해 농작물 생산량의 감소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질소 비료가격의 선도 지표 역할을 하는 이집트산 과립형 요소 비료의 FOB(본선인도조건) 가격은 전쟁 발발 전 톤당 400~490달러에서 금주 초 공급 부족으로 약 700달러로 급등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알파인 매크로는 보고서에서 전쟁 발발 이후 요소와 암모니아 가격이 각각 50%와 20% 급등했다고 밝혔다. 칼륨과 유황 등 다른 비료 가격도 상승했다.
전 세계 비료 해상 무역의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자재 컨설팅업체인 CRU의 부사장 크리스 로슨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이란 등 수출 가능한 공급처의 약 30%가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로슨은 이란이 질소 비료의 주요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이며 요소 역시 전세계 거래량의 30%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 국가들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망이 길기 때문에 농부들이 요소 비료를 얻지 못하면 작물 수확량은 필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작물 성장에 필요한 핵심 영양소인 질소 재고가 소진되면 연말쯤에 작물 수확량 감소나 생산량 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식물에 매년 필요한 질소 비료 공급중단은 중동위기 핵심요소
자원 분야에 특화된 자산운용사인 나인티원의 글로벌 천연자원 전략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다비드 헤일은 “질소 공급의 중단은 중동 위기의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칼륨이나 인산염 같은 다른 비료는 한 시즌 건너뛸 수 있지만, “질소는 식물이 매년 반드시 공급받아야 하는 유일한 원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반구 농부들이 밭에 비료를 주기 시작하는 시점에 발생한 공급 부족 현상이 경기 순환적 수요와 맞물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료 중 하나인 요소는 옥수수,밀, 유채, 일부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작물 재배에 사용된다.
헤일은 ″질소 시비량과 농작물 수확량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면서 “4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보다 이번에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주요 비료 수출국이었으며 러시아는 전세계 칼륨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품에 대한 제재로 당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던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비료가격 급등→농작물 생산량 감소→식량 물가 상승 전망
헤일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이후 몇 주 동안 대부분의 비료 선물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아거스의 글로벌 비료 가격 책임자인 사라 말로우도 중동의 군사 갈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비료 무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동의했다.″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황의 약 50%, 요소는 약 3분의 1, 암모니아는 약 25%가 중동 지역에서 온다”는 것이다.
이달 초 카타르에너지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중단 결정에 따라 요소 생산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또 다른 주요 비료 수출국인 중국이 자국 시장의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나인티 원의 헤일은 그러나 비료 공급에 의존하는 주요 식량 자원 가운데 일부는 올해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옥수수, 밀, 쌀, 대두의 부족분을 상쇄할 정도의 완충 재고가 있다고 밝혔다.
″만약 올해 농작물 생산량이 [가상적으로] 5% 감소한다면, 기아 사태는 아니어도 식량 물가 상승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아프리카 국가 등 가난한 나라들이 위기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질소비료와 천연가스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생산하는 인도 역시 공급 부족에 크게 취약하다고 헤일은 덧붙였다.
미국 농민단체, “이란분쟁 장기화되면 전세계 식량안보 위기”
그는 미국도 비료 가격 충격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 비료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질소, 인산, 칼륨 비료의 약 3분의 1이 수입산이다. 따라서 미국 농민들에게 비료 인플레이션이 크게 와닿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의 54개 농업 단체가 급등하는 연료 및 비료 가격 속에서 "미국 농민들을 위한 절실히 필요한 시장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본격 파종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연료와 비료 가격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농업 단체들은 “이란에서 지속되는 분쟁에 의한 해상 화물 운송 차질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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