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확충·산업 육성·인구 유입…안양, 자족도시 탄력 붙었다

입력 2026-03-26 16:02   수정 2026-03-26 16:03


경기 안양시가 철도네트워크 확충과 경부선 지하화를 축으로 도시 공간을 재편하고, ‘K37+벨트’ 기반 첨단 산업 거점(박달·인덕원)을 조성해 일자리와 인구가 유입되는 자족 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GTX-C, 월곶~판교선 등 6개 노선 구축과 기업 유치 인센티브, 인공지능(AI)·확장현실(XR) 산업 육성, 벤처기업 집적 정책이 맞물리며 경제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주거 공급 확대와 출산·양육 지원 정책까지 병행한 결과 청년 인구 2년 연속 증가와 출생아 수 14.4% 증가 등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도 6개 노선 확충…단절된 공간 연결
26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기존 지하철 1·4호선에 더해 GTX-C 노선, 월곶~판교선, 인덕원~동탄선, 신안산선 등 6개 주요 철도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위례과천선과 서울서부선의 안양권 연장, KTX-이음의 안양역 정차 추진까지 더하면 수도권 남부 교통 허브로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다.

이 같은 인프라 확충은 토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압축 도시(Compact City)’ 구상의 핵심 토대다.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안양 구간(석수역~명학역, 약 7.5㎞) 지하화는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대형 사업으로 꼽힌다. 2024년 1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을 마련한 이 사업은 소음과 진동으로 오랫동안 단절됐던 도심 공간을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지하화로 확보되는 지상 공간 약 49만㎡의 활용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는 이 부지에 청년·근로자·노년층을 아우르는 맞춤형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청년 창업과 기업 유치를 위한 신성장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규모 녹지축과 공공시설, AI 기반 미래 산업 일자리가 함께 들어서는 셈이다. 안양시는 물리적 단절 해소를 넘어 도심 내 새로운 경제 엔진을 갖춘 자족 도시 모델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K37+벨트’ 중심축…첨단산업 생태계로

교통 인프라라는 뼈대 위에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지을 첨단 산업이 자리한다. 안양시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동일한 북위 37도선에 위치했다는 상징성을 산업 전략으로 승화한 ‘K37+벨트’ 구축을 추진 중이다. 판교~송도를 잇는 동서축과 서울대·광교·동탄을 연결하는 남북축을 중심으로 AI 기반 신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전략은 만안구와 동안구 양대 거점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만안구 박달동 일원 약 328만㎡ 부지에는 군 탄약시설을 지하화·이전하고, 확보된 공간에 첨단 산업과 주거·문화가 공존하는 ‘박달스마트시티’를 조성한다. 2033년 말 부지 조성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은 도심 저활용 부지를 첨단 산업 용지로 전환해 지역 균형 발전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안구 인덕원 일대(약 15만㎡)는 ‘4중 초역세권’ 입지를 활용한 스마트 콤팩트 시티로 탈바꿈한다. 직장·주거·여가가 도보권 내에서 완결되는 미래형 ‘직주락(職住樂)’ 도시 모델을 지향하며, 통합공공임대 511세대를 포함한 총 814세대의 주거 단지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을 위해 함께 들어선다.
◇자산 개방부터 AI 행정 구현까지
기업의 투자 결정은 행정이 제공하는 예측 가능성과 실행 속도에 달려 있다. 안양시는 동안구 소재 현 시청사 부지(6만736㎡)에 유망 기업을 우선 유치하고, 행정 청사는 만안구로 이전하는 ‘선(先) 기업 유치, 후(後) 청사 이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 자산을 기업에 먼저 개방하는 과감한 행정 결단이다.

시는 부지 매입 대금 5년 분할 납부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앞세워 300여 개 유망 기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2024년 11월 열린 사전 설명회에는 시공·시행·금융사 등 약 40개 전문 기업이 참여했다.

제도적 지원 체계도 탄탄하다. 안양·비산·관양동 일대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3.17㎢) 입주 기업에 취득세·재산세 감면과 정책자금을 지원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778개 벤처기업이 활동하며 집적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XR광학거점센터를 중심으로 한 광융합산업 육성, AI 산업 기반 강화, IoT 기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까지 더해 기술과 기업이 지역 내에서 자생하며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금융 지원도 기업 생애주기에 맞게 정밀하게 설계됐다. 특례보증과 중소기업육성자금 융자 이자차액 지원, 매출채권보험 지원에 더해 신설된 ‘창업기업 설비투자자금 특별지원’까지 연계해 금리 부담을 도시가 함께 나누는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밀착형 육성 전략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 체감도 조사에서 안양시가 창업·입지 분야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로 이어졌다.

행정 혁신도 병행한다. 안양시는 올해 ‘AI전략국’을 신설해 AI 정책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했다. 스마트도시통합센터의 AI 기반 고도화, 레벨4 자율주행 실증 사업 추진, 24시간 AI 민원 상담 등 행정 서비스 전반에 AI를 접목해 도시 운영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표가 보여주는 ‘체감 행정’의 힘
정책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안양시 인구는 57만598명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하며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체 인구의 약 27.3%인 청년(19~39세) 인구는 15만5869명으로 2년 연속 늘었다. 시는 이를 일시적 반등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출생 지표 개선도 눈길을 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안양시 출생아 수는 총 3800명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경기도 50만 이상 대도시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배경에는 실효성 있는 주거 정책이 자리한다. 덕현지구(평촌센텀퍼스트), 비산초교주변지구(평촌엘프라우드) 등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신규 유입 기반을 다지고, 청년임대주택을 2033년까지 총 3299세대로 확대해 주거 사다리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출산지원금(첫째아 200만원, 둘째아 400만원, 셋째아 이상 1000만원)을 비롯한 임신축하금·산후조리비·첫만남이용권·아동수당 등 생애주기별 양육 지원을 촘촘히 연계했다. 청년이 머물고 가정을 꾸리는 도시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책 방향이 지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철도 네트워크의 뼈대 위에 첨단 일자리가 집적되고, 세심한 행정 지원이 삶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수도권 핵심 자족 도시로서의 기반을 단계적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정진욱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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