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기운이 완연한 봄날,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들은 탁 트인 수평선을 마주하고 낚싯대를 드리운다. 갯벌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가족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바다는 많은 사람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면서 삶의 활력을 주는 터전이다.
그러나 해양경찰로서 마주하는 바다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거친 파도와 예고 없는 위험, 그리고 안타까운 비보들. 사고의 상세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는 다수의 사고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게 발견된다. 안타깝다.
방파제·갯바위 낚시, 해루질 활동 중에 발생하는 사고의 통계를 보면 구명조끼 착용률은 13%에 불과하다. 차량 안전벨트 착용률 85%와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해양경찰은 해양사고 예방과 신속한 구조를 위해 사고 다발 구역 분석과 위험구역에 대한 집중 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한 해양 안전 교육과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해양경찰의 노력에도 해양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방파제·갯벌 등 연안에서는 매년 600여 건의 연안 사고가 발생한다. 100여 명의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구명조끼만 착용했더라도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사고가 대부분이다.
토리 히긴스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에서 인간의 행동을 이끄는 동기를 두 가지 관점으로 설명했다. 나쁜 결과를 막으려는 ‘예방 초점’과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향상 초점’이다. 나는 이 심리학적 분석이 바다 안전, 특히 구명조끼 착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예방 초점에서 구명조끼는 ‘생존을 위한 필수 방어막’이다. 도로 위에서 안전벨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다 위 구명조끼도 예측 불가능한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방파제의 테트라포드(방파제나 강바닥을 보호하는 콘크리트 블록)는 표면이 둥글고 미끄러워 떨어지기 쉽다. 한번 빠지면 자력으로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서해안의 광활한 갯벌에는 짙은 해무가 끼는 경우에 많아 방향 감각을 상실하기 쉽다. 밀물이 차오르는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워 고립 또는 익수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구명조끼는 해양경찰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티게 해주는 생명줄이다. ‘혹시 모를 불행을 막아야 한다’는 예방 초점이 우리가 구명조끼를 입어야 하는 이유다.
‘더 나은 즐거움을 위한 선택’ 차원에서 구명조끼가 필수다. 이게 향상 초점이다. 구명조끼 착용은 바다에서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을 없애고 놀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활력소다. 나와 내 가족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바다가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다양한 해양안전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고, 지속해서 개선·보완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과 제도의 완성은 결국 구명조끼 착용과 같은 작은 준비에서 시작된다. 사고 예방과 더 나은 즐거움을 위해 구명조끼 착용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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