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산다고?"…월가의 암살자 '선전포고'한 이유는

입력 2026-03-26 23:12   수정 2026-03-27 09:04


미국의 헤지펀드 운용사 사프켓센티넬의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파미 콰디르(사진)는 월가에서 ‘암살자’로 불린다. 그동안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발리언트제약, 와이어카드 등의 주가를 무너뜨린 이력이 있어서다. 지난 10년간 부실 기업에 대한 하락 베팅에 집중해온 그가 대규모 롱 전략(주식 매수 전략)을 구사할 첫 국가로 한국을 선택했다.

시장 조사차 한국을 찾은 콰디르 CIO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새롭게 선보일 신규 펀드를 통해 한국 주식을 최대 3억달러(약 4500억원)가량 매수할 계획”이라며 “마수걸이 투자는 올여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방식을 180도 뒤집은 배경으로는 미국 증시의 환경 변화를 꼽았다. 그는 “유동성 장세가 이어져 공매도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며 “전략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1990년생인 콰디르 CIO는 기업의 재무와 지배구조 분석에 기반한 쇼트(short) 전략으로 명성을 쌓았다. 특히 약가 폭리 논란이 불거진 발리언트제약을 공매도해 주가를 고점 대비 90% 이상 끌어내린 활약상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도 소개됐다.

첫 매수 무대로 한국을 택한 건 밸류업 정책으로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판단해서다. 콰디르 CIO는 “한국은 자본시장 개선 의지가 강하고, 저평가에 대한 투자자의 불만도 큰 곳”이라며 “행동주의펀드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밸류업을 거친 일본보다 한국 증시의 잠재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콰디르 CIO는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일본보다 견조하다”며 “아직 성장 사이클의 초입에 불과하다”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급등했지만 여전히 기회는 충분하다고 봤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을 제외한 상당수 종목이 지수 상승률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어 “시장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상승과 조정은 필연적”이라며 “단기 조정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는 ‘신뢰 부족’을 지목했다. 콰디르 CIO는 “나스닥시장의 큰 변동성을 투자자가 감내하는 건 굳건한 신뢰 덕분”이라며 “밸류업을 통해 한국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콰디르 CIO의 첫 ‘타깃’은 중소형주가 될 전망이다. 그는 “회계·재무 문제로 기업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기업을 살펴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초기에는 단일 종목으로 시작해 추후 3~4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영진과의 비공개 소통을 기반으로 한 ‘우호적 행동주의’로 접근할 방침이다. 콰디르 CIO는 “기업이 놀라지 않도록 먼저 파트너로서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다만 필요시 적극적인 개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해외 행동주의펀드의 국내 실패 사례를 충분히 분석했다”며 “오너가 끈질기게 버틸 수도 있지만, 나는 더 끈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자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콰디르 CIO는 “저평가된 기업의 제값을 찾아준다는 목표에 공감한다면 한국의 행동주의펀드와 개인투자자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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