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0시를 기해 정부의 '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며 기름값 폭등이 예고되자, 인상 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주유를 하려는 시민들이 심야에 주유소로 몰려들며 곳곳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휘발유 2천원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는 불안감이 빚어낸 '심야 주유 대란'이다.26일 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 채팅방 등에는 주유소 대기 줄을 인증하는 글이 쇄도했다. 한 시민은 "주유소에 20분째 대기 중인데 내 앞에 20대가 더 있다"며 혀를 내둘렀고, 또 다른 시민은 "도로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재난 상황 같아 무섭다"고 토로했다.
기름값이 당장 내일부터 크게 오른다는 소식에 머리를 말리다 말고 뛰쳐나오거나, 잠옷 바지에 패딩만 대충 걸치고 나온 시민들의 목격담도 줄을 이었다.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일부 주유소 앞에서는 경찰이 출동해 교통정리에 나서거나 얌체 끼어들기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러한 심야 대란은 산업통상부가 26일 발표한 '2차 석유 최고가격 지정안'의 여파다. 정부는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로부터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2주간 1차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2차 최고가격은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가격의 상한선인 2차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각각 지정됐다. 1차 대비 모든 유종이 리터(L)당 210원씩 뛴 금액이다. 주유소가 여기에 운영비와 마진을 더해 최종 판매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일선 주유소에서 마주할 기름값은 2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설명하며, 유류세 인하 폭 확대(휘발유 7%→15%, 경유 10%→25%) 등을 통해 그나마 인상 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와 농어민, 난방 취약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경유와 등유에 정책적 배려를 집중했으며, 어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번 대상 유종에 선박용 경유를 새로 추가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주유소 판매가격이 얼마가 될지 예상하기 쉽지 않으나 1차 최고가격제 경험상 최종 소비자 가격은 2천원대 초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굳이 2천원을 어떤 절대적인 선으로 두지는 않았지만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상한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단, 당장 내일부터 요금이 오르지는 않는다. 정부는 27일 0시가 지나자마자 꼼수 인상을 단행하는 주유소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에 저렴하게 받아둔 재고가 있음에도 즉각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얌체 상술 및 시장 교란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주유소마다 다르지만 보통 5일에서 2주 분량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당장 27일이나 28일부터 가격을 바로 올리는 곳은 의심스러운 주유소로 보고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소비자단체, 공공기관 등과 합동으로 매일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가격과 물량 흐름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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