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모델의 특징은 ‘투명한 책임’입니다. 영국 재무부는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치를 직접 설정할 권한이 있고, 중앙은행 총재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그 사유와 대책을 담은 공식 서한을 재무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은 이와 다릅니다. 연준은 의회로부터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부여받았으나 재량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넓습니다. 2%라는 구체적 물가 목표도 스스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재무장관과 연준 의장은 일주일에 한 번 비공식적인 조찬을 하며 소통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를 영국처럼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틀로 바꾸겠다는 구상입니다.
특히 차기 연준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는 이 ‘서한 교환 방식’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과거 영란은행의 운영 방식을 검토했던 전문가로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식 서신을 주고받는 것이 정책의 논리적 근거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인다고 평가해왔습니다. 워시 지명자의 의견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좀 더 공식화하자는 취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런 제도 변경을 통해 재무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식 모델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기적인 서한 교환은 자칫 관료주의적이고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고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에도 베선트 장관은 통화 정책의 독립성은 유지하더라도 연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펼쳤습니다. 또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연준이 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결국 연준의 힘을 좀 빼야 한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1951년 체결된 ‘재무부-연준 협정’ 이후 7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재무부는 이번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나간 직후 '가짜 뉴스'라며 공식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사령탑인 연준의 위상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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