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시장 1위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잇따라 소비자용(B2C)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B2B)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해서다. 구글·앤스로픽 등 경쟁사들은 챗GPT에서 이탈한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메모리 전환' 기능을 내놓으며 공세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10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출시를 예고한 '성인 모드' 개발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제품에 대한 투자자들과 사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다.
오픈AI가 구성한 자문위원회에서는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인용 AI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AI'라는 사명(使命)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자들은 윤리적 위험성에 비해 사업적 이익이 적다고 오픈AI 경영진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난관에도 부딪혔다. 그간 안정상의 이유로 성적 대화를 피하도록 설계된 AI 모델에 이런 대화를 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성적 콘텐츠가 포함된 데이터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비윤리적·불법적인 데이터를 솎아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성인용 AI 뿐만 아니라 지난 24일 AI 영상 소셜미디어인 '소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챗GPT에서 상품을 즉시 결제하는 '인스턴트 체크아웃' 서비스도 유연성 부족을 이유로 중단했다.
이는 오픈AI가 돈이 되는 'B2B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오픈AI는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사용자 수가 9억명에 달하는 글로벌 1위 AI 모델 기업이지만, 이 중 유료 사용자 비중은 5%(지난해 7월 기준)에 불과하다.
기업용 서비스 확대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AI가 과학 연구와 신약 개발, 에너지 시스템 등으로 스며들수록 새로운 경제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며 "기업의 수익화는 사용자 경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며, 가치를 더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피지 시모 오픈AI 상업 부문 CEO는 "곁다리 업무(side quest)에 한 눈을 팔아 중요한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오픈AI가 주춤한 사이 소비자 챗봇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데이터제공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챗봇 시장에서 챗GPT 점유율은 지난해 1월 69.1%에서 45.3%로 줄었고, 같은 기간 구글 제미나이는 14.7%에서 25.2%로, xAI의 그록은 1.6%에서 15.2%로 커졌다.
구글은 타사 챗봇에 저장된 대화 내역과 기억을 자사 제미나이에 이식할 수 있는 '메모리 가져오기' 기능을 26일 출시하며 사용자 확보에 나섰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다른 AI 챗봇에 입력할 수 있는 명령어가 표시된다. 이를 통해 나오는 응답을 다시 제미나이에 입력하면 대화 기억을 가져올 수 있다. 앤스로픽 역시 지난 3일부터 신규 구독자가 '복사·붙여넣기'를 통해 이전 AI챗봇과의 대화 기능을 가져올 수 있는 기능을 제공 중이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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